[성진실 칼럼] 방사선의 단위

바야흐로 노벨상 시즌이다. 부문별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되어 발표될 때 마다 경탄과 함께 부러움이 교차되곤 한다. 이웃나라에서 연속적으로 수상자가 나올 때 꼭 기쁘지만은 않은 것도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공유하는 느낌일 것이다.

노벨상을 시작한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너 마이트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355종의 발명을 한 매우 열정적인 화학자요, 엔지니어였다. 다이너 마이트는 그 중 하나로서 실제 그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다. 그가 이 상을 헌정하게 된 일화가 흥미롭다.

우연히 (잘못 보도 된) 자신의 부고기사를 접하게 된다. 다이너 마이트가 전쟁에 사용되어 많은 사상자를 낸 것을 빗대어 “죽음의 상인이 죽다”라고 표제가 붙은 부고 기사는 사실 노벨의 친척이 사망한 것을 노벨로 착각한 오보였다. 그런데 이 부고로 인해 새로운 역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는 사후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고 재산의 94%를 사회에 환원하여 인류에 가장 유익한 공헌을 한 이를 기리는 상을 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노벨상 수상자보다 더 경이로운 것은 노벨상 자체인 것 같다. 노벨의 사후, 1900년에 노벨 재단이 설립되었는데 이 재단은 수상자 결정에 관한 가이드 라인을 수립하고 1901년 첫 수상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원칙에 따른 수상자 선정을 시행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당시 스웨덴의 국왕이었던 오스카 3세가 외국인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을 반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상에 대한 평판이 곧 자국 스웨덴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을 바꾸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 결과 한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선정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엑스 선을 발견한 빌헬름 뢴트겐 박사가 노벨상의 첫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노벨상은 중복 수상, 가족원들의 수상 등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두가지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이가 바로 마리 퀴리박사이다. 첫번째 수상은 1903년으로, 방사선 현상에 대한 연구에 대하여 피에르 퀴리, 마리 퀴리, 앙리 베크렐 등 3인이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하였다.

처음에는 피에르 퀴리와 앙리 베크렐에게만 수상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선정위원회 중 여성 과학자에게 우호적인 한 선정위원이 이를 피에르 퀴리에게 알려 주었고 피에르 퀴리는 마리 퀴리가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최종 순간에 3인의 공동 수상으로 결정이 되었다. 마리 퀴리는 1911년도에 두 번째 수상인 화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1935년에는 그녀의 첫째 딸인 이레느 퀴리가 남편인 프레데릭 퀴리와 함께 화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1965년에는 마리 퀴리의 둘째 사위인 앙리 라보아제가 책임자로 있던 유니세프가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부부, 딸, 사위들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기록은 지금까지도 유일하고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로 대단한 집안이 아닐 수 없다.

과학의 가장 기본 요소는 정확함이며 이를 위해서는 측정치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단위의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길이만 하더라도 척, 리, 피트, 야드, 마일 등 나라마다 다양하게 사용하던 것이 미터 시스템으로 표준화 되었다. 방사선을 측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인데, 경우에 따라 정해진 단위를 사용하여야 한다. 방사선의 단위에는 이 분야에 공헌한 여러 과학자들의 이름이 쓰이고 있어서 흥미롭다.

첫째,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양을 측정하는 단위이다. 처음에는 방사선을 발견한 뢴트겐 박사의 이름을 따라 뢴트겐으로 하였다. 이후 표준 단위가 C/kg으로 제정되었는데, 이는 킬로그램당 1 쿨롬의 전하을 만들어내는 방출량이란 뜻이다.

둘째, 생물체로 흡수되는 흡수량의 단위로서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는 의학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초기에는 방사선 흡수 선량 (radiation absorbed dose)이란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따라 “래드(rad)”란 단위를 썼다. 표준 단위는 영국의 물리학자로서 방사선의 측정 및 생체 영향 연구의 선구자인 루이스 그레이 박사의 이름을 따서 그레이(Gray)를 쓴다.

셋째, 방사능의 단위이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취급할 때는 이 단위를 사용한다. 초기에는 마리 퀴리 박사의 이름을 따라 퀴리라는 단위를 사용하였다. 이어서 제정된 표준 단위로서는 마리 퀴리의 스승이면서 우라늄에서 방사선이 나온다는 것을 처음 밝힌 앙리 베크렐 박사의 이름을 딴 베크렐을 사용한다.

베크렐 박사는 방사선 생물학 분야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우연히 조끼 주머니에 라듐이 들어있는 용기를 넣어 두었다가 이 부위의 피부가 변화된 것을 관찰하였다. 즉, 라듐에 노출된 지 2주 정도 지나자 피부가 붉게 변하고 헐기까지 하다가 수 주일이 지나서야 회복되는 것을 보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이를 본 피에르 퀴리도 자신의 팔에 같은 실험을 반복하여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재확인하였으니 과학자들의 관찰력과 호기심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방사선 피폭에 관련한 보건 분야에서 사용되는 해당 선량이란 단위이다. 방사선의 종류는 엑스선이나 감마선 이외에도 동위원소의 붕괴로 방출되는 알파선, 중성자선, 양성자선 등 매우 다양하며 이들은 동일한 방출량이라 할지라도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예를 들어서 중성자의 생물학적 효과는 엑스선이나 감마선의 20배에 달한다. 따라서 방사선에 피폭이 된 경우에는 방사선 방출량에 방사선 종류에 따른 가중치를 더하여, 즉 해당되는 선량으로 평가하게 된다. 초기에는 렘(rem, roentgen equivalent man의 약자)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다가 시버트라는 표준 단위가 제정되었다. 시버트는 스웨덴 출신 의학 물리학자의 이름이다. 암의 진단에는 방사선을 이용한 영상 촬영이 필수적이고 암의 치료에 방사선 요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버트 박사는 여러 종류의 방사선 측정 기구를 개발하여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게 하였기에 이를 기리기 위하여 그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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