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욱 칼럼] ‘사이클 황제’ 도핑검사 통과 수법

과학산책

호르몬 투입해 자가수혈 감추고 식염수·혈장도 주입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어떤 수법으로 도핑 검사를 통과했을까. 그는 고환암을 이겨내고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대회에서 7연패를 달성,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8월 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그를 영구제명하고 수상실적을 박탈했다. 그는 항소를 포기하면서도 약물 의혹은 계속 부인해왔다. 10여 년의 선수생활 중 검사에서 실격된 일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미국 반도핑기구는 그의 수법을 밝히는 202쪽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그와 그의 팀이 “사이클 역사상 가장 교묘하고 전문적이고 성공적으로 금지약물을 썼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과학뉴스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는 보고서에 나타난 수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적혈구 생성 호르몬(에리스로포이에틴)=근육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이다. 지구력 향상에 쓰이지만 2000년 이전에는 합성호르몬을 확인하는 검사법이 없었다. 혈액 내 적혈구 비중을 과도하게(50% 이상) 높이지 않는 한 말이다. 암스트롱 팀은 1999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할 때 이를 사용했다. 2000년 새 검사법이 도입되자 식염수를 주사해 혈액을 묽게 만드는 수법을 동원했다.

▶자가 수혈=선수 자신의 피를 뽑아 놓았다가 다시 주사하는 수법이어서 확인이 극히 어렵다. 적혈구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적발될 수 있다. 암스트롱은 식염수를 주사해 혈액을 묽게 하는 수법을 썼다. 또한 소량의 적혈구 생성 호르몬을 주사하는 수법도 병용했다. 그러면 미성숙 적혈구가 생성되기 때문에 수혈로 인해 성숙한 적혈구 비율이 높아진 것을 상쇄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근육 양을 늘리고 지구력과 회복력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호르몬이다. 이 수치는 사람마다, 날마다 달라질 수 있어서 소량 사용하면 적발이 어렵다. 암스트롱 팀의 의사는 혀 밑에서 천천히 녹는 올리브오일 정제까지 개발했다.

▶성장호르몬=근육을 키우고 손상을 복구하기 위해 사용된다. 암스트롱이 처음 은퇴했을 당시인 2005년에는 이를 알아낼 검사법이 없었다. 그의 팀은 2005년 이전에 이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테로이드=근육의 염증을 완화하고 손상을 복구하는 호르몬이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에서 처음 우승한 1999년 이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손에 양성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팀의 의사가 조작에 나섰다. 자전거 안장에 닿는 엉덩이 피부의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 약을 처방했다는 기록을 소급해서 만든 것이다.

▶식염수·혈장=식염수와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의 주입은 불법이다. 수혈이나 호르몬 주입을 덮어주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의 의사는 국제사이클연맹의 검사기를 통과해 레인코트 속에 식염수를 숨겨 들어와 건네준 일도 있다. 암스트롱은 이 덕분에 ‘적혈구 생성 호르몬’ 검사를 제때 통과할 수 있었다. 이는 그의 동료였던 조나단 보그터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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