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닥터] 씨름장사와 술의 맞대결, 승자는?

“까닭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까닭이 없어 마신다. 그래서 오늘도 마시고 있다.”-(돈키호테)

“애주가는 정서가 가장 귀중하다. 얼근히 취하는 사람이 최상의 술꾼이다. 현이 없는 악기를 뜯으며 즐기던 도연명처럼, 술의 정서는 술을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즐길 수 있다.”-(임어당)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을 예찬한 글은 넘쳐난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문인,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술을 즐기는 부류에는 스포츠계 인사들도 있다. 아찔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은 승리의 기쁨에 겨워서, 혹은 패배의 쓰라림을 달래기 위해 술 한 잔을 걸치는 경우가 있다.

음주량은 스포츠 종목에 따라 차이가 난다. 체격이 크고 장이 긴 농구 계 인사들 중에 엄청난 주량을 과시하는 술꾼들이 많다. 농구 선수들의 주량은 이미 1970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때 소문이 났다.

이 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낸 농구와 축구 대표팀이 귀국 하루 전 우승 축하를 겸해 벌인 술 대결은 지금도 회자되는 일화다. 각 팀에서 대표주자 다섯 명이 나와서 맥주로 벌인 이날 대결에서 농구 쪽은 모두 생생했던 반면, 축구는 다섯 명이 모두 잠들어버렸다. 이날 대결에 참가했던 농구인 중 한명은 “입가심도 하기 전에 축구 선수들이 다 쓰러지는 바람에 이들을 방으로 옮겨 놓은 뒤 우리끼리 마셔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포츠기자로 20여년 일했던 필자는 내로라하는 스포츠계 주당들의 술자리에 같이 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필자가 보기에 주량에 관한한 씨름인도 농구인 못지않다. 10여 년 전 일이다. 대회 뒤풀이로 마련된 씨름 지도자들의 술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다. 대부분이 선수 시절 각 체급에서 정상에 섰던 장사 출신들이었다.

이들의 술자리는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 물 먹듯이 서너 차례 잔을 쭉 비운 뒤 시작됐다. 소주로부터 시작해 거의 모든 주종이 망라돼 4차까지 이어진 이날 술자리의 끝은 숙소였던 여관 앞마당. 그러나 술 대신 물을 마시며 이들을 끝까지 따라다녔던 필자는 화장실에 다녀온 뒤 못 볼 걸 봤다. 마당 가운데 서너 명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건강·의료 미디어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서 의료인들을 자주 만난다. 그런데 이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라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술 앞에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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