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춤’ 가수 싸이와 다한증

세계를 향해 말춤은 추지만 땀은 덜 흘리길…

요즘 틈만 나면 가수 싸이(35․본명 박재상)의 동영상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 15일 그가 출연한 미국 NBC 방송의 간판 토크쇼 ‘투데이쇼’ 영상은 열 번 이상 본 것 같다.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 록펠러 플라자에 울려 퍼진 ‘강남 스타일’ 노래와 ‘말춤’은 언제 봐도 가슴 뿌듯하다.

영어 토크쇼 도중 싸이가 우리말로 당당하게 외친 “대한민국 만세!”의 울림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가 방송 출연 때마다 강조하는 ‘의상은 고급스럽게, 춤은 싼티 나게(Dress Classy, Dance Cheesy)라는 ‘슬로건’도 기억에 남는다.

싸이는 ‘투데이쇼’ 진행자인 사바나 구드리의 말처럼 ‘잘생기지 않은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다. 장동건 같은 조각 미남이었다면 ‘말춤’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친근감 있는 얼굴과 두툼한 몸매 때문에 월드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싸이의 얼굴에선 활력이 넘쳐 난다. 그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다. 태평양을 수시로 건너며 수많은 스케줄을 소화해도 끄떡없다.

그런 그도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다. 일반인에 비해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린다는 것이다.

15일 뉴욕 공연 때도 연신 땀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최근 국내 공연이 끝난 후 “땀을 참 많이 흘린다. 건강이 안 좋은가?”라는 기자의 질문도 받았다.

싸이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땀을 많이 흘리신다. 3대가 함께 국밥을 먹으면 휴지가 수북이 쌓일 정도다. 땀이 많은 것은 유전”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겨땀(겨드랑이 땀) 사건’도 언급했다. 지난해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만세삼창을 할 때 겨드랑이가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게 노출돼 한동안 네티즌들 사이에 ‘겨땀 싸이’로 불리기도 했다.

싸이는 “그날 이후 가수 활동이 평탄치 않았다. 위축된 생활이 이어졌다. 행인들이 내 겨드랑이만 본다. 그럼 팔을 붙이게 되고 땀이 더 난다.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는 ‘강남 스타일’이 뜨기 전까지 공백기간이 길었다. 싸이는 활동이 뜸할 때 “방송이 안 풀리니까 애들(땀)이 우르르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방송 녹화를 도중에 끊고 옷을 갈아입을까? 아니면 ‘겨땀 개그’로 한 시즌 먹고살까? 이런 생각으로 박재상과 싸이가 대립했다”고 고백했다.

싸이는 평소 땀 분비가 많아 생활의 불편은 물론 심리적인 위축까지 경험했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겠지만 그는 다한증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다한증은 생리적으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땀이 분비되는 자율신경계의 이상 현상이다.

환자가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일상생활을 하기 곤란할 정도로 땀을 흘릴 경우 다한증으로 진단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다한증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아 정확한 발병률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한증의 구체적인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부모에게 다한증이 있으면 자식에게 유전될 확률은 20% 정도다.

손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은 어린이나 청소년기에, 겨드랑이 다한증의 경우 사춘기 때나 20대 초반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땀 분비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해지고 갑자기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땀이 쏟아지고 얼굴까지 빨개질 수 있어 사회나 직장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심하면 대인 기피증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다한증은 의사의 진단에 따라 땀 분비를 억제하는 염화알루미늄을 취침 전 2~3회 바르는 방법으로 일시적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다한증 자체가 심각한 이차적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양호한 경과를 보인다.

밝고 활달한 싸이도 ‘겨땀 사건’ 이후 한동안 정신적 위축을 경험했다고 한다.

인터넷의 ‘겨땀 싸이’에 무안해하던 싸이가 ‘말춤’으로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그는 미국 방송의 토크쇼 출연 때마다 “대한민국 사람 싸이”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싸이가 미국의 한복판에서 ‘강남 스타일’을 노래하면서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칠 때 의학기자인 필자는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싸이! 세계를 향해 말춤을 열심히 추세요. 하지만 땀은 덜 흘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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