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럴 섹스를 입으로 내뱉는 순간

오럴 섹스는 그냥 섹스와는 달리 말하는 순간 뭔가 확 와 닿는 것이 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공중파를 통과했지만 만약 제목이 <오럴 섹스 앤 더 시티>라면 방송 심의위원회의 문가에 닿기도 전에 내쳐질 운명일거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틀 때 내가 하고 있는 일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시작부터 “저, 섹스 칼럼 써요.” 라고는 하지 않는다. 일종의 완충 범퍼로, “남녀의 릴레이션십에 관한 글을 씁니다.”라고 물꼬를 튼다.

하지만 섹스를 대화소재로 삼을 때도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내용이지 오럴섹스처럼 특정 부위를 지칭하는 용어는 절대 no, no다. 이는 비단 모르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내 남자와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같이 보냈지만 내가 그의 앞에서 ※TPO(?)를 무시하고 오럴 섹스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오럴섹스는 ‘볼더모트’가 된다.

그런데, 나만 섹스를 툭 이야기해 생각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건 아닌 것 같다. 며칠 전에 한 대학생이 내게 쪽지를 보냈는데, 여자 친구와 섹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려다 그녀가 무척 서운한 감정을 보여 당황했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잠자리를 한 사이고, 속궁합도 현재까지 좋아 그녀의 그런 태도가 이 남자로서는 더욱 이해가 안 되는 듯 했다. 이런 내용의 어드바이스를 구하는 메일을 종종 받은 사람으로서 드릴 수 있는, 아마 최선의 답변은 사람마다 살아 온 배경차이-가족환경, 종교, 교육 등-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하지 않나 싶다. 남자 입장에서는 볼 거 못 볼 거 다 봤으면서 이제 와서 웬 내숭이냐 라고 격분할 만도 하지만 여자 친구의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섹스를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판타지의 한 축으로 남겨두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남자 친구가 섹스라는 단어를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그 행위와 자신이 동격으로 너무 쉽게 취급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이런 감정은 그간의 횟수와 애정도와 아무 상관없다. 덧으로, 내가 약간 서운했던 것은 쪽지를 보낸 친구가 애인에게 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 다음에 이 모든 게 벌어졌다는 사실? 😉

쪽지를 보낸 대학생에게 답변을 하면서 나는 입으로 내뱉는 순간 사악한 볼더모트 취급을 받는 오럴섹스에 대한 내 감정을 정리해보았다. 내 남자는 오럴 섹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내가 창피한 듯 했지만 개인적으로 오럴 섹스보다 남자의 배 위에서 배꼽댄스를 추는 게 더 창피하고, 어렵다.

혹시 밤에 잠이 잘 안 오십니까? 오럴 섹스를 하십시오. 오럴 섹스는 최고의 수면제다. 섹스가 끝나도 잠이 오질 않아 심야방송을 뒤적거리려 리모콘을 드는, 아니 리모콘이 어디 있나 말할 힘도 없다. 제대로 오럴 섹스를 하고 나면 말이다. 특히 밤에 입이 심심할 때 격한 오럴 섹스를 하고 나면 간식 따위는 눈길도 주기 싫다. 소시지나 어묵 같은 기름진 종류는 더더욱.

여성의 경우 자율성이 성적 만족에 영향을 끼치는데, 오럴 섹스의 경우 절대 억지로 시켜서 만족도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고 나면 기분 좋은 감정을 넘어 뿌듯하기까지 하다. 어제보다 나은 섹스 라이프를 꿈꾼다면 항상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섹스-특히 오럴 섹스!-가 끝난 후 내가 남자에게 했던 행위에 대한 피드백이 참 궁금하다. 아까 성기 끝에서 액이 졸졸 흐를 때 혀끝으로 할짝대는 게 나아 아니면 저번처럼 살짝 이로 씹듯이 삼켜 먹는 게 좋아 같은 내용?

하지만 나의 초자아가 그것만은 참으라고 말린다.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경우 또는 상황)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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