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보호자의 울분, 여기서 쏟아내다

제2회 ‘환자샤우팅 cafe’에서 중환자실 체계, 건강보험 등에 관한 아쉬움 토로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주삿바늘이 환자의 겨드랑이에서 발견되고, 환자의 발치에서는 이쑤시개가 나오고, 체온계는 세 번이나 빠졌습니다. 이게 그 어렵다는 JCI인증을 받은 병원 중환자실의 현실입니다”

뮤지컬배우 손해선 씨는 남편인 중견 연극배우 고(故) 서희승 씨가 2007년에 직장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가 3년 뒤에 재발해 병원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이 경험한 국내 대형병원 중환자실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13일 오후 7시 종각역 M스퀘어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회 환자샤우팅cafe’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손씨는 “남편이 혈압상승제를 맞으면서 입원실로 옮긴 뒤 침대에 눕자마자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하더니 선지피 같은 피를 세 차례나 토했다”며, “알고 보니 30초 동안 혈압상승제가 최대치로 들어가게 돼 있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시 상황을 알고 있던 레지던트가 ‘적정 치료 관리실에 신고하라’고 말해 줬는데 이때 이미 자체적으로 ‘의료사고’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아요. 결국 남편은 중환자실에서 70여 일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손 씨는 “남편은 혈압상승제의 과다 투여가 원인이 돼 사망했다”면서 병원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손 씨가 요구한 금액의 40%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손 씨의 아들인 배우 서재경 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으며, 자문단 자격으로 참석한 이인재 변호사도 “민사는 끝났지만, 형사적인 절차를 고려해 봄 직하다”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계호 씨는 백혈병 환자로, 5년간 병원과 비급여 진료비를 두고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병원이 자신의 비급여 진료비 5200만 원 중에서 3400만 원을 과다·위법하게 청구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급통지를 병원에 보냈지만, 병원이 곧바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며,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보호자나 연대보증인이 서명한 ‘입원약정서’와 ‘골수이식신청서’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계약하는 보험의 약관과는 다르게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제정자 환우는 2010년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 유방전절제술을 받았다. 제 씨는 여성으로서의 상실감과, 유방암 전용브래지어 착용 때문에 생기는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 남편이 자신을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울증을 앓을 정도여서 유방재건술을 알아봤다.

제 씨는 “유방암 치료비로 이미 1700만 원이 들어갔는데, 유방재건술은 ‘미용을 위한 성형’ 으로 분류돼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비만 1500~2000만 원이 든다”며, “돈 있는 사람은 다 하는데 형편이 안 되어 여자의 일생에 큰 부분을 잃어버린 채 살아야 한다”며 젖은 목소리로 발표를 마쳤다.

마지막 발제자인 경옥희 씨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수차례에 걸쳐 의사와 치료법이 바뀌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 씨는 “9명의 의사가 개복수술, 박리술, 고주파 시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일관성 없는 치료를 계속해 왔다”며, “조기 위암이 말기 위암이 될 때까지 의사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나중에 의사가 ‘암이 너무 일찍 발견된 게 문제였다’고 하더라”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와 권용진 서울대 의대 교수, 이인재 변호사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가운데 4명의 발제자가 두 시간 반에 걸쳐 쏟아낸 이야기에 참석자들은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짓기도 했다. 특히 첫 번째 발제자인 손해선 씨가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여보 나 이겼어”라고 말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Shouting(외침), Healing(치유), Solution(해결)을 목표로 하는 ‘환자샤우팅 cafe’는 지난 6월에 열린 첫 모임에서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 제정을 공론화시키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진성 기자 weekend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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