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의 진화, 원인은 고부갈등에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자기 아이 먹을 것을 놓고 경쟁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 갈등이 폐경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과 거두고래, 범고래는 죽기 오래전에 번식 능력이 중단되는 동물이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삶의 주된 이유는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데 있기 때문에 폐경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핀란드 투르쿠 대학과 영국 엑스터 대학 공동연구팀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 경쟁이 폐경의 진화를 촉진했다는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루터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1702~1908년 핀란드의 출생, 사망, 결혼 기록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비슷한 시기에 출산했을 경우 아이들이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어머니가 낳은 아이는 생존율이 50% 떨어졌고, 며느리가 낳은 아이는 66%나 떨어졌다. 하지만 친어머니와 딸이 동시에 출산했을 때는 이것이 아이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

이는 일단 며느리가 경쟁자로 등장하면 시어머니는 아기를 갖지 않는 것이 이롭다는 점을 시사한다. 엑스터 대학의 앤드루 러셀은 “어머니와 딸은 협력을 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자기 아이에게 먹일 식량을 놓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폐경을 설명하는 다른 이론 중에는 ‘어머니 가설’과 ‘할머니 가설’이 있다. 어머니 가설은 나이가 많을수록 출산할 때 사망 위험이 높다는 이론이다. 할머니 가설은 여성이 나이 들어 손주를 돌보는 게 가족에게 유리하다는 이론으로, 여성이 출산 능력을 잃은 후에도 생존하는 진화론적 이유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포괄적응도 모델을 적용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일한 시기에 아기를 갖는 경우, 51세를 넘기고도 수태 능력을 유지하는 여성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 포괄적응도 모델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관련 유전자의 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세 가지 가설이 포괄적응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그 결과 어머니 가설은 실제적인 영향이 전혀 없는 반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 갈등 가설과 할머니 가설은 동일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내용은 생태학 학술잡지인 ‘에콜로지 레터스(Ecology Letters)’에 실렸으며, 지난 23일 과학잡지 네이처가 보도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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