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그녀를 생각한다면 나란히 눕지 마!

운동을 싫어하는 나는 웬만하면 옆으로 눕는 섹스 포지션은 피한다. 이 자세가 운동량이 상당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고강도의 노력을 필요로 하기에 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실 서로 마주보고 누워 인터코스를 하는 것만큼 편안한 섹스도 없다. 정상위와 비슷하지만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둘 다 체력 소모를 줄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최강점이다. 또, 자세의 특성상 스킨십과 아이 컨택트가 자연스러우니 설사 마음이 별로 안 가는 남자랑 섹스를 해도 그와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소울 메이트가 아닐까 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런 아름다운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게으르고, 섹스를 운동 대신으로 여기는 여자에게는 천대받을 수밖에 없는 체위다. 기름이 줄줄 흐르는 훈제 연어를 잔뜩 흡입한 오늘 같은 밤에는 더더욱.

섹스하자고 침대에 불렀는데 다이어트 할 궁리만 가득하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오르가슴은 거짓으로 연출할 수 있지만 스태미나의 소모량은 거짓으로 산출할 수 없지 않나. 버지니아 울프는 사람이 잘 먹지 않으면 생각도, 사랑도, 잠자기도 잘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현대인들은 움직임에 비해 너무 과다하게 먹어서 문제다. 그래서 요즘 살을 빼려는 이들은 담백하고 깔끔한 채식과 최소 30분 이상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려고 노력 한다. 물론 식이 조절과는 달리 섹스를 통해서 몸속의 지방을 태울 꼼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마주보고 눕는 것 같은, 늘어지고 느슨한 체위로는 어림도 없다. 단, 그 지방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나란히 누운 자세의 쓰임새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아까 나의 ‘에로 다크 히어로’들을 만나기 위해 주로 가는 성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유난히 배가 튀어 나온 남자배우가 주연인 한 동영상의 프리뷰를 봤다. 이런. 오럴 섹스를 하는데 여배우의 이마가 그 남자의 배꼽 아래 거대한 뱃살에 살짝 살짝 부딪힌다. 이건 흥분하라고 만든 비디오인지 비만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영상인지 헷갈릴 정도다. 역시. 뒤로 넣는 후배위도 배 때문에 굉장히 고난위도의 자세인양 힘겹다. 이걸 계속 봐야하나 망설이는 찰나 남자배우가 여배우의 오른쪽에 자릴 잡고 반듯하게 눕더니 옆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뱃살은 당연히 출렁거렸지만 이전 자세들과는 달리 그렇게 배의 압박을 받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가 거대한 다리 한 쪽을 여성의 허벅지 위에 올려 둔 채 성기를 삽입하니 몸을 컨트롤하는데도 한층 안정감이 있다. 자기가 주도권을 다 쥐지도, 그렇다고 여자에게 흐름을 맡기지도 않은 절묘한 상황. 그렇지, 저게 나란히 자세를 할 때의 즐거움이지, 라고 생각을 하며 혼자 흐뭇해하다 다시 그 배우의 배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오늘은 무조건 무대 2회 변경, 안 되면 침대 위를 뱅글뱅글~자세를 바꿔가며 한 바퀴 도는 강훈이다. 연어의 기름이 섹스 열로 내 모공을 통해서 다 빠져나갈 때까지!!!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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