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이 꼽은 꼴불견 남편 순위

[두재균의 여자이야기] 성 격차와 성격 차

EDPS를 ‘전자정보처리시스템’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까, 음담패설의 약자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까. 아마 뒤쪽이 많지 않을까?

EDPS는 유머의 고갱이다. 들으면서 “저런 속물!”하고 욕하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가슴 한 켠에 메모를 한다. 최근 모임에서 기막힌 EDPS를 하나 접했다. 제목은 ‘중년 여성들이 뽑은 꼴불견 남편 순위.’

5위: 마침내 느끼려는 결정적인 시기에 자세를 바꾸는 남편.

4위: 애무한답시고 온몸에 침만 발라 놓는 남편.

3위: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면서 새끼손가락만 한 ‘무기’를 갖고 “아프지 않아?”하고 묻는 남편.

2위: 1분 만에 끝내고는 “괜찮았어?”하고 묻는 남편.

1위: 앞의 네 가지를 모두 함께 갖추고 다음날 아침 “어제 끝내줬지! 몸은 괜찮아?” 하고 물어보는 남편.

웃음은 털어버렸지만, 가슴 한 쪽에 뭔가가 남았다. ‘의사의 병’이랄까? 여성 환자의 고민을 나눠야 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꼴불견’의 상당수는 성기능 장애로 설명할 수 있고, 해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5위의 ‘느낀다’는 것은 오르가슴일 것이다. 이 경우 여성의 오르가슴 장애의 원인이 남자 쪽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에는 여성의 은근한 리드가 필요하지만 문제는 남자의 닫힌 귀. 부부가 함께 성의학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4위는 남자가 억울할 수도 있다. 남편이 온갖 노력을 하는 데도 흥분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성 흥분장애일지도 모른다. 원인은 종교적 터부나 죄의식 같은 내적 갈등에서 임신에 대한 걱정, 과거의 나쁜 성경험, 파트너에 대한 분노, 생활 속 스트레스, 수술에 의한 난소 절제술, 폐경에 이르기까지 무지무지하게 많다. 원인을 찾아서 심리 상담, 호르몬 치료, 윤활제 사용 등 적절하게 대처하면 남편의 침이 ‘꿀’이 될 수도 있다.

3위는 그리 간단치 않는 문제다. 길거리에 남성 수술을 권하는 옥외간판이 적지 않은 것만 봐도 ‘크기’가 남자를 얼마나 기죽게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여성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중목욕탕에서 왜소한 체격의 남성이 뒷짐을 진채 ‘식스팩’의 근육질 남자 앞을 돌아다니는 것은 드물지 않은 풍경이다. 식스팩은 오히려 어깨를 움츠리고 두 손으로 앞을 가리는 데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 남성은 고만고만하다. 그 중 일부는 비뇨기과 의사들을 기쁘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상적인 크기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한 ‘똘똘이’에게 칼을 대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여성이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크기의 시각적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남녀 모두 ‘크기의 환상’을 깨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위는 ‘사정 장애’의 대표선수인 조루증이다. 2008년 세계성의학회(ISSM)는 조루증을 “질 내 삽입 후 1분 이내에 사정이 일어나면서 사정 조절능력이 없고 이 때문에 괴로움이나 불편을 동반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이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하다. 자가 도움치료(Self-help treatment), 행동치료(Behavioral treatment), 국소마취치료(Topical anesthetics treatment), 약물요법 등이 있다.

1위는 여러 장애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경우는 남편의 ‘자아도취증’이나 ‘인식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치료가 힘든 중증이지만, 다행히 현실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상당수 여성은 1~5위의 불만을 조금씩, 또는 많이 갖고 있지만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 참는다. 그렇지만 아침 밥상이나 다른 갈등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 EDPS는 갈등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성에 대한 자연스런 대화로 하나하나 문제를 풀고,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성 격차’가 ‘성격 차’로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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