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출신 외과의사 수입, 현실화되나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비인기 진료과 기피현상 심화

이른바 인기-비인기 진료과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비인기 진료과에 대한 의대생들의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재·영’(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을 비롯해 안과, 피부과 등 인기과는 여전히 상한가를 누리고 있다.

최근 마감한 후반기 전공의 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과 계열은 빅5로 분류되는 대형 병원조차 미달이 속출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외과에서 3명을 모집했지만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도 지원자가 전무했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5명 모집), 비뇨기과(4명) 등 2개 과도 지원자를 찾을 수 없었다. 산부인과 6명, 비뇨기과 7명을 뽑으려던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지원율 ‘0%’를 기록했다.

의대생들 사이에 “명문대 병원이라도 외과는 싫다”는 고정관념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부 진료과는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1명 모집)는 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1명)에도 4명이 몰려들었다.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인기과들은 거뜬히 정원을 채웠다. 경쟁이 치열한 피부과는 충원하는 병원이 한 곳도 없었다. 안과와 성형외과 역시 추가 모집이 각각 4명에 불과했다. 진료과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산부인과, 외과 등을 기피하는 이유는 개원 전망 등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젊은 의사들이 힘든 진료과를 꺼린다는 얘기도 있지만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비인기과 기피의 핵심인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부인과 폐업률은 개원율보다 2배가량 많았다. 동네 산부인과병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현상.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저출산 현상으로 산모가 크게 줄어든 데다 항상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경영난에 허덕이며 환자 가족에게까지 시달리느니 차라리 병원을 접는 게 낫다”고 했다.

일부 산부인과병원을 중심으로 아예 여성의 질 성형이나 피부 관리 병원으로 특화하는 곳도 속속 생기고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들도 하지정맥류 진료 등으로 힘들게 병원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논리를 앞세운 일부 대학병원의 행태도 기피 진료과를 양산하고 있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대학병원들이 연봉이 높은 전문의 채용을 꺼리고 있다”면서 “심장수술을 할 의사가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했다. 흉부외과를 선택해봤자 개원은커녕 취직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병원 경영 입장에서 보면 흉부외과 수술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비수익 의료 서비스다. 의사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고난도 수술이 많아 몇 명의 의료진이 매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입 인력과 장비를 고려할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여기에 오는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사업을 폐지키로 했다는 소식도 악재다. 이 사업은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목의 지원율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우는 아이에게 사탕 물려주기식의 근시안적 해법이란 지적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가 정책 폐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부터 손질해야 한다. 그래야 외과의사들이 피부과, 정신과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동남아 출신 외과의사 수입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 어머니의 심장과 폐를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 기피 진료과 얘기에 한숨만 내쉴 순 없다. 정부와 의료 관계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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