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섹스 파헤치기

비록 내 인생의 대부분의 섹스는 보송보송한 침대 위에서 이루어졌지만 나의 섹스 세계관의 중심은 항상 수분, 물이다. 워터섹스에 대한 동경은 나를 곧 이 섹스 패턴이 당장 실행 가능한 공간을 찾는데 주력하게 했고, 그게 욕실이다. 물론 욕실에서 섹스를 했다고 해서 모두 워터섹스라고 보기는 힘들다. 나의 첫 욕실섹스는 남자친구가 개수대 앞에서 이를 닦고 있고, 나는 그 아래서 오럴섹스로 아침인사를 전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다음에 자연스레 진짜 물과 섹스가 합체된 경험을 했다. 샤워섹스를 통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샤워섹스의 장점이 단순히 씻으면서 사랑을 나누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샤워섹스의 최고의 아름다움은 침대 매너의 줄서기가 무의미한 점이다. 파트너와의 교감을 위해 일단 키스부터 시작, 전희 순서를 지키는 것이 매너화된 침대 섹스 패턴이 이 욕실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 남자가 여자의 등 뒤에 서서 엉덩이부터 훑어도 전희도 모르는 이기적인 짐승이라는 평을 들을 걱정 없다.

저번 칼럼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별다른 전희 없이 몸을 뜨겁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열기, 여기서는 뜨거운 물이 이미 물리적으로 섹스의 판을 달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승자는 손이 끈기 있는 자다. 혀로 일일이 상대방을 핥을 필요 없는 샤워신에서는 손으로 상대의 몸 앞뒤를 닦아 내리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당당할 수 있다. 동시에 서로의 몸을 마사지할 수도 있지만 이건 기승위 자세에서 여자와 남자 모두 허리를 움직여 엇박자를 내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섹스 리듬이 꽝이란 소리. 전신을 훑어 내리며 올라오는 종착역은 물론 가슴이어야 할 것. 상대의 몸을 만질 때 샤워젤과 스펀지를 적절히 사용하면 거품과 더불어 에로틱한 효과도 크겠지만 개인적으로 남자들의 목욕용품 사용의 적정선에는 의문을 표하는 바다.

대중목욕탕이나 찜질방에 몸을 씻으러 갈 때 여자의 가방과 남자의 가방 부피 차이는 정말 태평양만큼이나 넓은 간극이 있다. 언젠가 예전 남자친구가 목욕탕에 갈 때 챙겨 간 내용물을 확인하고 경악한 적이 있다. 비누와 수건. 끝. 그 흔한 때타월도 챙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머리는 어떻게 감을 것이며, 수건은 왜 머리와 몸 따로따로 챙겨가지 않는 것인지 의문점은 끝이 없었는데,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귀찮으니까.” 대신 비누는 그 날로 끝이다. 비누 하나로 머리, 어깨, 무릎 그리고 발을 다 닦으니까. 그런 경험 덕에 나는 욕실에서 전희용 거품 마사지를 할 때 보디스펀지를 쓰면 한 스푼으로 충분할 샤워젤을 자기 손에 그냥 콸콸 들이 부어 내 몸에 치덕치덕 바르는 남자를 보고도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그리고 샤워섹스의 또 다른 미덕은 별다른 세팅을 필요치 않는다는 것. 아! 물론 욕실등 대신 촛불을 켜면 동굴효과 같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지만 욕실이 침실에 버금갈 만큼 크고 쾌적하지 않다면 여러 개의 촛불의 연기는 머리만 아프게 한다. 게다가 샤워커튼이 달린 욕조라면 적절한 빛 차단과 함께 샤워 탭에서 쏟아지는 물로도 이미 섹스 배경으로 넘치고 흐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섹스 포지션인데, 물줄기 아래이니만큼 서는 게 최선이다. 침대바닥에 찰싹 들러붙어 좀체 움직일 줄 모르는 게으른 여자도 샤워 섹스 도중에는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떼야 한다. 여자의 머리가 섹스 내내 물로 인해 미역줄기처럼 들러붙는 것에 이상한 희열을 느끼는 남자만 아니라면 여자의 몸은 당연히 샤워기를 등진 채 자리를 잡으며, 남자는 그 뒤에 서야 한다. 이 때, 여자는 욕실 벽에 살짝 기대고, 한쪽 발을 욕조의 한 구석에 올려 중심을 잡는다. 서로 마주봐야 할 때는 여자의 한 다리를 남자의 골반 근처에 감고, 남자는 손을 여자의 등 뒤 벽에 붙인다. 노파심에 하는 이야기인데 물줄기 아래에서 오럴 섹스는 정말 별로다. 물에 씻어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 순대를 핥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뭐니 해도 오럴 섹스는 냄새 아닙니까.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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