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카바 수술받은 환자, 개별통보 시급”

제주대의전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배종면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카바(CARVAR·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 수술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도 ‘안갯속’이다. 2009년 6월 카바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가늠하기 위해 ‘조건부 비급여 고시가 난 이후 수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보건당국은 물론 언론·국회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외압에 의해 논점이 흐려지고 진실이 왜곡되는 등 의혹이 의혹을 키우는 악순환이 계속돼왔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놓쳐왔던 중요한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송 교수가 수술이 필요 없는 ‘경증환자’들에게 카바 수술을 시행했다는 사실이다. 2010년 8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의연)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후향적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수술적응 여부 판단이 가능한 193명 중 52명의 경증환자가 카바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 교수는 즉각 보의연 보고서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52명에 대한 자료를 재검토했지만 최종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007년 3월~2009년 11월의 33개월간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 193명 중에 39명(20.2%)이 심장을 약물로 정지시킨 뒤 절개하는 개심수술의 대상이 안 되는 경증 환자로 재확인되었다. 10명 중 2명은 수술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적응증이 되지 않는 경증 환자라면 개심술을 시행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런데 보의연과 심평원이란 두 공공기관의 확인 결과 적응증이 안 되는 환자가 39명으로 나타났다. 가히 충격적이다.

문제는 같은 기간 판단이 유보된 218명과 2009년 12월 이후부터 고시 종료일인 2012년 6월까지 수술 받은 환자 중에서도 다수의 경증환자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 중 얼마만큼 경증환자에게 수술이 시행됐는지 여부는 추가적인 조사를 해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판단유보자 218명에게 앞에서 언급된 수치(20.2%)를 근거로 단순 계산해도 44명의 경증환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33개월 동안 83명의 경증환자가 있다는 추정 결과는 매달 2.5명의 경증환자가 개심술을 받은 것으로 환산할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2009년 12월 이후 조건부 비급여 고시가 끝나는 2012년 6월까지 31개월 동안 추가로 78명의 경증 환자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요약하자면 2007년 3월 이후 2012년 6월까지 약 160명의 경증환자에게 불필요한 개심술을 시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람에 의한 인위적 재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 교수는 도덕적 양심을 저버리고 약 160명의 경증환자의 가슴에 불필요하게 메스를 갖다 댄 것이다. 의료인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악행 금지(해를 끼치지 않는다)의 원칙’을 무시하고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 환자들에게 무분별한 개심술을 해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환자 본인이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수술대에 올랐을 가능성이다. 그 동안 건국대병원이 심장초음파를 비롯한 각종 의무기록 자료를 조작한 증거가 여러 차례 드러난 것이 그 방증이다. 건국대병원은 환자에게 사실 그대로를 알려주지 않고, 수술 후 정기적인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보의연과 심평원의 검토 작업을 거쳐 경증환자로 확정된 39명의 당사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상황을 모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실을 알려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판단이 유보된 218명과 2009년 12월 이후 카바 수술 환자들이 개심술 적응증이 되는지도 확인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심평원은 하루 빨리 이들 명단과 연락처를 건국대병원으로부터 넘겨받아 대상자에게 개별 통보를 해야 한다. 개별 통보와 심초음파 시술과 판정·상담 등 향후 조치에 대한 설명을 위해 환자단체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복지부는 카바 수술로 인한 재앙을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건국대병원은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적응증 판단을 위한 검사비 등의 각종 경비를 부담해야 옳을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이 같은 대응조치들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행정당국에게 요구하는 동시에 향후 카바 수술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법안을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언론은 심장판막질환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환자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경증환자라 하더라도 이미 카바 수술을 받았다면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카바 수술로 인한 재앙을 수습하기 위해 사회 각계가 한 곳에 힘을 모으자. 이와 관련, 대한심장학회가 2011년 1월 6차 성명서를 통해 ‘전국에 있는 거점병원과 신뢰할 만한 전문 의료진을 지정해 이들을 진료하고 보호할 진료대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의료인이라면, 환자란 대상이 있기에 존재 의미를 갖는 의료계 종사자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행동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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