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장 총기난동, 정신질환 아니다

조현욱의 과학산책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범인은 분노에 차 있는 고립된 인물이 많지만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지난 20일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극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외신의 분석이다. 12명을 살해하고 58명을 부상시킨 범인(사진, 24)은 지난달까지 연방장학금으로 콜로라도대 의대의 신경과학 박사과정을 다니던 우등생이었다. 교통위반 딱지 한 장 외에는 범죄 기록도, 테러 연루 혐의도 없다. 범행 동기는 미스터리다.

노스이스턴대학의 범죄학자 제임스 폭스 교수는 “대량 학살을 계획하고 실행하려면 정신이 어느 정도는 맑은 상태여야 한다”고 20일 미국 NBC 방송에서 말했다. 예외는 지난해 애리조나주에서 6명을 살해한 범인으로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일반인보다 더욱 폭력적일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폭스 교수는 “대량 학살범은 자기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으며, 자신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들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수”라고 설명했다. 범인은 사회에서 고립된, 인생의 패배자인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심한 은둔형이었고, 박사학위 예비시험에 낙방했다. 하지만 구두 시험으로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어 범행과 연관 짓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는 4개월 전부터 각종 장비를 사들여 온 것으로 밝혀졌다.

폭스 교수는 “대량학살범은 범행 방법, 장소, 장비, 복장 등을 세심하게 계획하는 것이 전형적 행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범인은 방탄 헬멧과 조끼, 방독면, 다리·목·사타구니 보호대, 장갑을 착용하고 최루탄 두 발을 터뜨린 뒤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이들 장비는 당시 상영 중이던 영화 속의 배트맨과 같이 검은색 일색이었다. 체포 직후 경찰에게 “나는 조커(배트맨 영화의 악역)”라고 말했지만 이후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집에는 폭발물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어 해체하는 데 하루가 걸렸다.

폭스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모방범죄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역대 최악의 총기 난동 사건 리스트가 보도되는 것”이라며 “이런 목록은 신기록을 세우려는 비뚤어진 충동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신을 보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한국에선 일어날 수 없는 범죄란 점이다. 한국은 자동소총(M16의 민간 버전이란다)과 권총, 100발들이 탄창과 실탄 6300여 발을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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