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원 3개월만에 상담 1만건 돌파

하루 평균 168건, 상담 전화 갈수록 늘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추호경)의 상담 전화가 개소 석 달 만에 1만 건이 넘었다. 보건복지부는 9일 현재 중재원에 걸려온 상담 전화가 1만 391건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하루 평균 168건의 상담이 이뤄진 셈이다. 당초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들에게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구성에 참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는 등 반대해 정착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순항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복지부에 따르면 조정 신청으로 이어진 상담은 모두 91건으로 이중 실제 조정 절차에 들어간 건수는 24건이었다. 의료기관의 조정 거부로 각하 처리된 경우는 30건이었으며, 합의로 취하된 건수는 2건이었다. 나머지는 조정 절차를 시작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상담전화에 비해 조정 신청으로 이뤄진 상담이 적은 것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올 4월 8일 이후의 분쟁거리에 대해서만 조정하도록 규정했기 때문. 상당수 시민이 기대에 섞인 목소리로 전화했다가 낙담한 채 전화를 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상수 의료전문 변호사는 “피해가 경미하거나 책임이 불명확한 사고는 의사들이 조정을 거부하고 있지만 피해가 크거나 의사의 책임이 비교적 명확할 때에는 조정에 응하는 비율이 높다”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순조롭게 정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인재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료기관이 2주 이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자동 각하되는 것이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재에 의사, 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으므로 곧 의사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재원 개소의 근거 법률인 한국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사고 피해자나 의료기관이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쌍방의 참여 의사를 물어본 뒤 이의가 없을 경우 조정 절차가 개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재찬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예전에는 의료사고를 당하면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했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시간적·경제적 부담으로 망설인 경우가 많았다”며 “중재원 개소로 보다 쉽게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상담 전화가 급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재원은 환자와 의료인을 모두를 위해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구제와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관”이라며 “중재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재원은 의료분쟁 당사자들의 중재 신청이 들어오면 90일 이내(1회에 한해 30일 연장 가능) 의료분쟁을 해결해준다. 단 피해자와 의료기관 쌍방이 조정에 응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예전처럼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조정이 시작되면 감정부가 해당 사건을 조사한 뒤 감정서를 작성해 조정부에 넘긴다. 조정부는 감정서 내용을 바탕으로 결정서를 작성한다. 처리 수수료는 피해보상 요구액에 따라 2만2,000원에서 최대 16만2,000원까지이다.

조정 대상은 병원·의원·한의원·약국 등에 종사하는 의료인이 환자를 상대로 실시한 진단·치료·의약품 처방·조제 등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의료사고다. 조정안이 받아들여지면 의료기관의 손해배상금 지급으로 마무리된다.

만약 의료기관 측에서 제때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의료중재원이 피해자에게 먼저 합의금을 지급하고, 해당 의료기관에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단, 분만과 관련해 산부인과에서 일어나는 무과실 의료사고를 3,000만원 한도에서 보상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이오현 기자 cartier162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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