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투제품’, 상생의 기업문화 아쉬워

중소업체 아이디어 제품 히트치면 자금력, 유통력 가진 대기업 미투제품이 잠식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식품업계에 미투(me too)제품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면서 오리지널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 대기업의 시장 공세에 밀려 난항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기제품의 컨셉과 디자인을 모방해 미투 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울상 짓는 중소기업이 꽤 많다. 물론 영세 기업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제품을 그대로 베끼기도 하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히트 상품을 흉내 내 미투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런 대기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강력한 유통망을 앞세워 중소기업이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시장을 뒤흔들곤 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 음료나 식품 업계의 기술은 대체로 평준화돼 있어 제품의 개발 아이디어나 컨셉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미투 제품이 독버섯처럼 기생해 혼란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투 제품이 파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는 식혜, 매실 음료, 비타민 음료, 국산 차 등을 꼽을 수 있다. 비락 식혜는 1993년에 출시돼 국내에 식혜 시장을 형성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앞다퉈 식혜 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제품 아이디어 자체에 대한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위기를 맞아 끝내 관계사에 인수됐다. 또 2000년 대 들어서는 웅진식품이 ‘초록매실’을 히트시키자 음료 대기업들이 낮은 소비자가와 탄탄한 유통망을 앞세운 미투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오리지널 제품을 위협하기도 했다.

최근엔 광동제약이 전통 건강 기능성 소재를 활용해 ‘헛개차’를 출시해 차 음료 시장을 형성했다. 이 제품이 인기를 끌자 기다렸다는 듯이 CJ 헛개수, 정관장 헛개홍삼수, 롯데칠성 아침헛개 등이 대기업에서 잇따라 나왔다. 앞서 옥수수 수염차에서도 이 회사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식품 외에 화장품, 스타일 및 패션 분야에서도 미투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투 상품은 화장품 분야에선 값비싼 수입화장품의 성분과 컨셉으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컨셉만 흉내내는 바람에 품질관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제품 개발의지를 꺾기도 한다.

식품업계에선 미투 제품이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하고 산업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따라하기는 사업성보다는 상업성에 바탕한 경영시스템 탓이며,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들이 롱런 제품의 자체 개발보다는 단기 매출 성과를 보여주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선진적인 상생 기업문화가 뿌리내려야 할 필요가 크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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