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링 제조사 사이언시티는 법 위의 회사?

식약청, 의료기기법 위반에도 “관리 대상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제조회사를 방치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설립한 의료기기 제조회사 ㈜사이언시티 문제다. 이 회사는 송교수가 2007년 개발한 심장수술법 ‘카바(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 의 핵심 재료인 ‘카바링’을 독점생산,판매하고 있다.

2010년 3월 식약청이 발표한 ‘2009년도 의료기기 부작용 및 안전성 정보 사례집’에는 카바링과 관련한 20건의 유해 사례가 실려 있다. 같은 해 2월 식약청이 보건의료연구원에 보낸 ‘카바수술에 사용된 의료기기(카바링) 관련 부작용 보고’도 첨부돼 있다. 사망, 심장 이식,재수술, 감염성 심내막염…

그러나 유해 사례를 보고한 것은 제조사인 ㈜사이언시티가 아니라 건국대학교 심장내과에 재직하던 한성우·유규형 교수 2인이었다. ㈜사이언시티나 카바링을 사용해 수술을 계속해 온 송명근 교수는 유해사례를 식약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의료기기법 위반이다.

의료기기법 31조는 “의료기기 취급자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도중에 사망 또는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인지한 경우에는 이를 식약청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그 기록을 유지하여야 한다(1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의 제조업자 등은 의료기기가 인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지체 없이 해당 의료기기를 회수하거나 회수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2항)”고 규정하고 있다. 송교수와 ㈜사이언시티는 이같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식약청은 보고의무 등의 위반에 대해 동법 3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가취소, 제조 및 판매의 금지, 업무 정지 등의 제재를 내리지 않고 방치했다. 그러면서 “카바링은 관리 대상이 아니다”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강영규 의료기기관리과 연구관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체에 1년 이상 삽입되는 의료기기라고 해서 모두 추적관리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검토 절차를 거쳐 포함 여부를 결정한다”며 “카바링은 지금은 물론이고 당시에도 관리대상이 아니어서 보고 누락을 이유로 제재를 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가 당시 카바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부작용 사례들이 카바링 때문인지 카바수술 때문인지 복지부가 결론을 내지 않고 있어 우리도 조치를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법률과 상반된다. 보고의무 등을 규정한 의료기기법 31조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가 아니라 ‘의료기기’를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바링이 “추적관리 대상이 아니라서 ‘보고 누락’을 이유로 제재를 내릴 수 없다”는 식약청의 설명은 거짓이다.

법무법인 LK파트너스의 정성연 의료전문 변호사는 5일 “의료기기법 31조에 따르면 추적관리 대상 의료기기가 아니더라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식약청장에게 보고하고 기록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식약청은 이를 게을리한 ㈜사이언시티를 제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00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카바수술 실무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김경수 한양대학교 심장내과 교수는 5일 “카바링을 사용한 수술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들이 발생했음에도 식약청이 행정적 제재를 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지 이처럼 안이한 자세로 대처하는 식약청이 과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기관이냐”며 비판했다.

그는 “인체에 장기간 삽입되는 간단한 의료기기도 디자인만 바뀌어도 전임상단계의 실험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고 복잡하다”며 “전혀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카바링을 식약청이 허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청은 카바링 자체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카바링과 카바수술을 분리해서 판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카바링이 없는 수술은 카바수술이 아닌데 어떻게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배종면 제주의전원 교수는 “지난 2010년 보건의료연구원이 카바수술이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심평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가 이를 재차 확인했음에도 식약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카바수술의 심각한 부작용 사례들이 밝혀졌음에도 행정적 제재를 하지 않은 식약청의 행태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오현 기자 cartier162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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