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힘센 의사’가 법 어기면 수수방관?

건대 송명근 교수, 고시 어기고 수술 계속

보건복지부가 법규를 어긴 의료행위가 계속되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2007년 개발한 심장수술법 ‘카바(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 문제다.

이 수술은 지난 해 6월 발효한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산하 카바수술평가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환자만을 대상으로, 수술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로만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카바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2009년 발표했던 고시보다 더욱 엄격해진 조건이다. 당시 고시는 3년간 비급여로 카바수술을 허용하되 심평원 카바수술실무위원회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송 교수는 이 같은 고시를 모두 무시하고 카바수술을 계속해왔다. 지난해 6~12월엔 모두 79명의 환자에게 카바수술을 시행한 뒤 카바가 아닌 ‘대동맥 판막 성형술’이라는 이름으로 심평원에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했다. 심평원의 강지선 수가등재부장은 지난 4월 이같이 밝히고 “고시를 위반한 부분이라 진료비 심사를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종면 제주대 의전원 교수(전 보건의료연구원 임상성과분석실장)는 4일 “송명근 교수가 고시를 위반하면서 수술을 해온 것은 복지부가 알고 있고 송 교수 스스로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복지부가 아직까지 아무런 행정적 제재도 하지 않고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송 교수 자신도 고시 위반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4월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던 ‘카바수술 전문가토론회’에서 “(2007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건대병원으로 옮긴 뒤 시술한 대동맥판막성형술은 카바수술이었다”며 “현재 고시에 따르면 (적응증 환자의) 95%는 카바수술을 못 하게 돼 있어 고시 위반을 피하려면 대동맥판막성형술로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승인 없이 수술하는 것은 고시 위반인데다 편법으로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받고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것은 건강보험법 위반이다. 건강보험법 85조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 1년 이내의 업무정지나 이를 대신하는 과징금 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금까지 송 교수가 소속된 건국대병원에 진료비 환수나 업무정지 등의 행정 제재를 내린 적이 없다.

보험급여과 박민정 사무관은 “현재 고시 위반에 대한 명확한 제재 규정은 없다”며 “행정적 제재를 하려면 송 교수가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위반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그는 “고시 위반을 포함한 다양한 쟁점 사안들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 지난 5월 카바수술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라며 “자문위의 최종 결정을 참고해 복지부 책임 하에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2009년 카바수술실무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박병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장은 “안전성과 유효성, 특히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때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면서 “복지부는 이 같은 기준을 지키지 않고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모험하는 송 교수의 비윤리적인 수술을 당장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은석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도 “송 교수는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카바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복지부는 카바수술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FDA도 인공심장판막 부작용에 늑장 대처로 망신살

실제 미국에 카바수술과 비슷한 일이 벌어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979년 BSCC(Bjork-Shiley Convexo-Concave)란 인공 심장판막의 시판을 허가했다.

이 판막은 세계 8만6,000여 명의 환자에게 이식됐지만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사망 등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FDA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 1986년 뒤늦게 사용중단 권고를 내렸다. 피해 사례가 늘면서 집단소송까지 제기된 뒤의 일이었다. 제조사는 제품 모두를 자진 철수시켰다. 하지만 부작용 사례는 이후 계속 증가해 2004년까지 모두 663건이 보고됐다. FDA는 늑장 조치로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정철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우리 병원은 물론 삼성서울병원에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재수술 사례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며 “카바수술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이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지고 나를 포함한 흉부외과 교수들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오현 기자 cartier162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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