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역 실종사건…악마연인 증후군이란?

가정폭력-경제적 의지처 없는 여성의 마지막 선택

“가혹행위는 잘못된 보도다. 딸은 엄마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나갔다. 어디 가서 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공덕역 실종녀’의 어머니 홍모(45) 씨가 24일 한 방송에서 입을 열었다.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다. 홍 씨는 동거남 김 씨는 잘못이 없으며 모든 것이 딸의 잘못인양 몰아갔다.

홍 씨는 “딸이 동거남과 결혼하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폭로했고, 딸 김모(19) 양은 “동거남에게 협박 받았다”고 반박했다. 어머니와 딸 사이의 진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악마연인증후군’으로 추정된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족연구소장은 “대상에 대한 극단적 혐오와 애착 사이를 오가는 정서적 분열 해리-상태인 ‘악마연인 증후군’으로 보인다”며 “엄마 입장에서는 애가 잘못했다고 믿고 싶고,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해리 증세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공덕역 실종녀’는 수년간 어머니의 동거남 김 씨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김모(19) 양이 서울 마포구 공덕역에서 사라지면서 SNS와 온라인을 달구었던 사건이다. 김 씨는 폭행 등 혐의로 13일 구속됐다.

▶악마연인 증후군(Demon Lover Complex)

타인에게 연인과 악마 두 가지 감정을 느끼는 정서적 분열 상태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공덕역 실종녀’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홍 씨가 이 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동거남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딸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증후군은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거나 경제적 심리적으로 딱히 의지할 데가 없는 여성들에게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홍 씨도 동거남이 가혹행위를 저질러도 딸만 눈 감아 주면 겉으론 평온하게 살 수 있고, 더 이상 본인은 학대당하거나 돈을 벌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동거남의 편을 든다는 것이다.

▶악마연인 증후군 엄마의 특징
이 병을 앓고 있는 엄마는 아이에게 연인과 악마 두 개의 얼굴을 보인다. 연인처럼 달콤하게 굴다가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금세 악마가 되어버리는 것. 다정한 눈맞춤, 안정감 있는 보호, 긍정적인 감정을 아이에게 주지 못하고 고함지르고 모욕과 벌을 주는 강압적이고 기계적인 양육을 한다.

▶배경은 어린 시절 받은 학대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오히려 자신들을 볼모로 잡은 범인들에게 호감과 지지를 보내는 스톡홀름 신드롬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연세정신신경과 손석한 원장의 분석이다.

손 원장은 다중인격장애나 악마연인 증후군, 스톡홀름 신드롬 해당자는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0~6세에 친밀감이나 교감 같은 중요한 감정들이 생긴다”면서 “학대로 인해 이런 감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올바른 결혼 생활과 부모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악마연인 콤플렉스를 가진 우울한 엄마는 아이의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없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온전히 공감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허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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