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지만 괜찮아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이혜순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이름인 ‘루푸스’라는 병의 원래 이름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다.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신을 침범하는 병이고 외관상으로 얼굴을 비롯한 피부에 붉은 반점(홍반)을 동반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여기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는 1-2개의 장기만을 침범하는 가벼운 질환인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심각한 장기 손상과 사망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한마디로 루푸스라는 질병은 매우 다양한 증상과 경과를 보이는 수많은 작은 질환들을 통틀어서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환자의 공통점이 있으니 혈액검사에서 항핵항체가 검출된다는 것이다. 이를  루푸스 인자라고도 부른다. 이 항체는 세포내의 물질, 주로 핵속의 물질들에 대한 항체이다. 정상적으로 우리 몸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 바이러스, 또는 이식된 장기에 대항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렇게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외부 항원을 맹렬히 공격하여 제거하고 우리 몸을 지킨다.

 

그러나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불행하게도 우리 몸의 세포 내에 있는 물질을 공격하는 T 세포와 B세포가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항핵항체와 같은 자가항체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 결과 면역복합체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장기에 침착하면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피부에 발생하면 홍반이, 콩팥에 발생하면 단백뇨와 부종이, 관절에서 발생하면 관절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루푸스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환자는 가족 중에 꼭 루푸스가 아니더라도 갑상선질환,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여타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감염, 자외선, 여성호르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즉 루푸스를 잘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위험 요인에 노출되었을 때 항핵항체와 같은 자가항체가 생기고 이후 병이 진행하게 된다.

 

주로 가임기 여성에서 발생하나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국내 환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토대로 간접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 1만 여명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했듯 루푸스는 관절통이나 피부반점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뇌, 폐, 신장 등의 주요장기를 침범하는 심각한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루푸스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생소한 이 병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하여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된다. 대부분은 매우 심각한 병으로 죽을 수도 있는 병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불안해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루푸스 환자는 가벼운 장기 침범만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며 항말라리아제, 저용량의 스테로이드 등으로 잘 조절된다. 불필요한 걱정은 오히려 병을 치료하는데 해가 된다.

 

예를 들어 관절염의 경우 통증은 있지만 관절의 손상이나 변형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류마티스관절염의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1-2년 내에 관절손상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과 비교된다.  피부도 대부분 약물치료로 호전된다. 신장이나 신경계 등의 장기를 침범한 경우에도 초기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여 호전이 된 이후에는 저용량의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만으로 유지해주면 별 문제가 없다. 물론 난치성 루푸스의 경우 여전히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여 치료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난치성 루푸스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발병의 중요 경로나 물질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다. 특히 2011년에는 약 50년 만에 루푸스 치료제로 ‘벨리무맵(Belimumab)’이라는 약제가 미국 FDA에 승인을 받았다. 타질환에 비하여 생물학적 제제 개발이 쉽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신약개발이 더디지만 향후 수 년 안에 이런 신약들이 임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발병 기전 및 임상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서 루푸스는 더 이상 치료하기 힘든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약제를 임의로 끊으면 다시 활성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속적으로 류마티스 내과를 방문하여 정기적인 검사와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환우회 등을 통하여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과 교감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이 병을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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