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러브를 위한 입술과 성기의 크로스

“더러운” 섹스는 항상 옳다. 저번 칼럼에도 한 번 소개했지만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섹스 명언은 버릴 게 없다. 그 역시 섹스는 제대로 했을 때만 “더럽다”

고 말했다. 더티한 섹스, 그러니까 질퍽질퍽하고 침과 체액이 뒤섞여 시트를 엉망으로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 입술의 힘이 필요하다. 테크니컬하게 정액만으로 파트너와

자신의 몸을 안팎으로 끈적하게 만들 수도 있다. 혹시 정액으로 여자의 온몸을 덮밥소스처럼

뒤덮는 장면을 상상한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그러려면 연속 3회 이상의 섹스 마라톤은

기본이다.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너무

고리타분해. 페니스를 넣다 뺐다 하는 것만으로 이제껏 만난 여자들을 다 만족시켰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면 우선 위로의 허그를 보낸다. 당신은 여자들에게 속은 거라고.

 

여하튼 입술이 도우미 역할을 하는 베스트 더티 섹스는 단연코 성기와의 교차

투입을 통해서다. 나는 우습게도 패밀리 레스토랑의 콤보 스타터 같은 애피타이저

메뉴를 먹을 때마다 이 오럴 섹스와 피스톤 운동의 크로스를 떠올린다. 콤비네이션

애피타이저는 보통 치킨 윙이나 너겟 그리고 스틱 모양의 채소와 딥소스로 꾸며지는데,

고기를 먹다가 입이 기름지면 채소를 먹고 다시 배가 허하면 고기를 밀어넣는 과정이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가 질에 넣고 다시 입안으로 끌어들이는 모양과 참으로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오럴 섹스와 인터코스의 로테이션 사이에 키스를 밀어 넣으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페니스를 빨다가 이내 단단해지면 인터코스를 시작한다. 피스톤 운동이 과격해지려는

시점에 몸을 슬쩍 빼 다시 오럴 섹스를 한다. 상대방이 더 이상의 여유가 없어 보이면

입술과 입술, 성기와 성기의 더블 도킹으로 쾌감 업그레이드.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해도

폭주하지 않는, 참을성이 대단한 남자에겐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다. 상상만 해도

골반 아래가 후끈 달아오르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부터 매끄럽게 이 과정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몸속에 들어갔다 나온 상대방의 성기를 다시 입술에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지만 오럴 섹스가 끝나자마자 바로 입술에 키스하는 것에 머뭇거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R이란 남자를 사귀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섹스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남녀관계의 미묘함에 대해 많이 배웠는데, 오럴 섹스로 인한 에피소드 역시

이 남자와의 사이에서 있었다. 한 날은 오럴 섹스가 끝나자마자 우연히 입술을 그의

입가로 향했는데, R 이 남자, 살짝 인상을 쓰며 머리를 뒤로 빼는 게 아닌가. 남자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오래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의 노력을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

나빠하자 R이 하는 말, “내 꺼랑 간접키스하는 것 같아 별로란 말이야.” 라고 하는

거다. 머리로는 자신의 정액이 묻은 상대의 입술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슴으로는 여전히 거리낌이 있는 거였다. 나도 속으로는 맹렬히 R의 태도를 저주했지만

겉으로는 이해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남자와 여자의 합의하에 이 더티 러브를 시작해도 입술과 성기가 2교대로

바삐 움직이는 테크닉 특성상 처음에는 뭔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금 서투르다고

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농구공처럼 잡고 세게 짓누른다던가

하는 짓은 웬만하면 삼가자. 여자들이 엄한 데를 핥고 있는 남자의 머리통을 끌어다

클리토리스에 바로 얹고 싶은 충동을 참고 있다는 걸 알면 말이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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