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완치될 수 있다? 없다?

환자 맞춤치료와 생물학적 제제로 다스린다

A씨는 (34, 여) 류마티스 관절염을 1년 이상 앓고 있었다. 뼈와 관절의 손상을

줄여주는  항류마티스제 치료를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이 면역력만 약해졌다.

힘겨운 치료에 몸도 마음도 상한 상태였다. 의사는 기존의 항류마티스제 대신 체내의

염증 유발물질만 골라서 파괴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환자에게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 시판 중인 생물학적 치료제 중에서도 잠복결핵의 활성화같은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진 엔브렐을 투약했다. A씨는 치료에 큰 진전을 보였다.

류마티스는 관절과 근육 등에 통증과 운동장애가 일시에 생기는 원인불명의 전신성

만성 염증질환의 총칭이다. 병이 주로 관절에서 발생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피부에 붉은 발진이 생기고 장기의 면역능력까지 떨어뜨리는 루프스,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관절이 둔해지는 강직성 척추염, 요산염 결정이 연골과 힘줄 주위

조직이 쌓이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통풍 등을 포함한다.

류마티스는 예전에는 생소했던 병이다. 그렇기에 앞에 언급한 A씨 사례처럼 증상이

나타나면 불치병일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본격적인

류마티스 치료와 연구가 시작됐다. 특히 최근 5~10년 사이에 치료 방법이 급격하게

발전해 미국 등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이제 류마티스 질환은 조기 발견해 적극 치료한다면 질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환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최적화된 맞춤치료는 더욱 효과가

높다.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은 “유전자 정보와 개인 특성을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지향적 맞춤치료로 치료 효과 개선

B씨(50, 여)는 5년 동안 류마티스 관절염 약물치료를 받았다. 한 때 효과가 있기도

했지만 결국은 증상이 심해졌다. 손발의 감각이 떨어지고 발목을 움직이기 힘든 운동장애와

손발 저림이 생겼다. 입원해 증세를 살펴봤더니 혈관염으로 인한 신경 염증까지 함께

생겨 있었다. 의사는 B씨에게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와 함께 면역억제제인 아자티오프린을

투약하기로 했다.

이 약의 부작용은 골수기능이 떨어져 백혈구와 혈소판이 제대로 생기지 않는 것이다.

간 기능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걱정해 의사는 B씨에게 이 약물을 사용해도

괜찮은지  선별 검사를 했다. 약물 부작용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는지

혈액 검사를 통해 살펴봤더니 발견되지 않아 투약을 결정했다. 결국 B씨는 부담 없이

초기에 많은 약을 사용하면서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기존에 약을 쓸 때는 평균적인 효과를 보고 사용한다. 70%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30%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 예상하는 식이다. 환자의 몸이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면

기존 약은 중단하고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 거부 반응이 가볍다면 약의 용량을 줄인다.

이에 비해 맞춤치료는 환자의 부작용을 예측해 약이 맞지 않는 환자를 미리 가려낼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유전자 정보와 궁합을 확인함으로써 가능하다. 하나의

유전자뿐만 아니라 여러 유전자와 관련해서 약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하는 식이다.

유전 정보 외에도 성격이나 개인의 특성에 따라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약물치료에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효과가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환자가 있고 (risk

seeking 부류), 부작용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다른 치료법을 찾는 환자(risk averse

부류)도 있다. 예를 들어 약을 쓰면 완치 확률이 70~80%지만 5%의 확률로 사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다른 결정을 내린다. 배 원장은 “이런 환자의 특성까지

고려하는 게 넓은 의미의 맞춤치료”라고 말했다.

맞춤치료 시대에는 이렇게 환자의 행동(behavior)에 따라 치료군을 분류 할 수

있다.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임상연구센터에서는 이런 분류를 위해 다양한 질문을

바탕으로 환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 원장은 이를 통해 “환자의 생각이나

불편한 점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아직은 리서치 목적이지만 곧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물학적 제제 덕분에 관절염 치료 가능 수준까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류마티스 치료는 증상이 약할 때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사용했고 증상이 심할 때는 메토트렉세이트, 설파살라진

등의 비생물학적 항류마티스 제제를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들 약제는 각각

골수기능을 억제하거나 간염 등에 걸리기 쉽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에 반해  생물학적 제제는 감염증의 치료 · 예방 · 진단에

사용되는 병원(病原) 미생물 자체, 면역항체, 혈액 성분 등을 약으로 만든 것이다.

이 치료제는 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면서 류마티스 증상을 일으키는 신호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에만 작용한다.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인터루킨-1, 인터루킨-6 등이

사이토카인에 속한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는 특허 만료기간이

멀지 않았다. 2012년 엔브렐, 2013년 레미케이드, 2016년 휴미라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복제약이 생산되기 시작하면 환자들이 좀더 싼 값에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마티스 질환은 오랫동안 치료가 어려운 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치료

효과는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현재 생물학적 제제 치료로 류마티스

질환 고통에서 벗어난 환자도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류마티스가 완치 가능한

병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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