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첫사랑, 첫 키스, 그리고 간염

가는 겨울, 그 끝자락에는 지루함이 묻어나옵니다. 어깨 위로 쏟아지는 햇살의

온기도 이젠 다릅니다. 봄은 캠퍼스에서 제일 먼저 온다고 합니다. 풋풋한 새내기들이

가득 찬 교정은 그 자체로 봄이니까요. 딱 이 시기에 맞는, 봄기운 가득 찬 교정

같은 영화 [건축학 개론]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복고, 옛날을 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이 복고의 콘셉트를 가진 영화는 비교적 흥행에서

성공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써니],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 등 최근 작품들도

그렇습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 역시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로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첫사랑이야말로 가장 복고적인 이야기가 아닐까요?

영화의 스토리는 평이합니다. 건축학 개론을 듣는 승민(이제훈)과 음대생 서연(배수지)은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지만, 첫사랑의 아픈 기억으로만 남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서연(한가인)은 승민(엄태웅)을 찾아와 자신의 집을 지어 달라고 청합니다. 과거의

집은 첫사랑의 흔적이고 현재의 집은 그 추억으로 만들어갑니다. 첫사랑과 만드는

현재의 집, 그 아름다운 건축이 끝나가면서 지나간 옛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영화

[건축학 개론]입니다. 건축은 사랑의 과정과 같다고 하는 건축학도 출신의 이영주

감독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무리하지 않는, 절제된 영상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배역을

맡은 4명의 배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배수지라는 캐스팅이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보다는, 배우 자체의 캐릭터가 빛나는 영화입니다.

또 한 가지, 승민의 친구, 납뜩이로 나오는 조정석의 연기는 이 영화가 가진 숨은

매력입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멜로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이 있습니다.

승민(이제훈)은

연애 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재수생이자 연애 방면에 통달한 납뜩이(조정석)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서연과의 첫 키스 후,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승민에게 납뜩이는

핀잔을 줍니다.

“야 그게 키스냐? 뽀뽀지, 만나면 반갑다고 하는 거, 뽀뽀뽀.”

납득이가 말하는 키스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너 뱀 알지, 스네이크.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미친 듯이 비벼. 그게 키스야.”

문득 키스와 연관된 전염병이 생각났습니다. 역시 의사라는 직업의 한계입니다.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간염의 전염경로에 대한 오해입니다.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혈액에 대부분 존재하며 체액, 즉 타액이나 정액 등에도 일부 존재합니다.

그래서 피부나 점막의 상처에 감염된 혈액이나 체액이 묻으면 전염될 수 있지요.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피어싱 등으로 오는 직접적인 감염도 많습니다. 하지만 간염

바이러스를 먹는다고 간염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A형 간염같이 대변으로 나온 바이러스가 손에 묻게 되고, 이를 잘 안 씻고

입으로 가져가 먹게 되면 감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A형 간염의 증가가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어렸을 때 흙바닥에서 뛰어놀면서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병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성인이 되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귀하게

자라서, 어렸을 때 간염 항체를 만들지 못한 결과입니다. A형 간염의 증가, 화장실에

다녀오면 꼭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승민의 첫 키스 같은 뽀뽀로는 간염은 전혀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그러면 납뜩이가 말하는 딥 키스로는 전염될 수도 있을까요?

간염 보균자의 타액을 먹는 것으로는 절대로 전염이 되지 않습니다. 음식물을

같이 먹거나 식기를 같이 쓰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요. 그러나 입 속, 구강

내에 상처가 있을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잇몸 등은 점막이 약해서 음식물을 먹는

중에 가벼운 상처가 생기는 경우가 있고 피가 나기도 합니다. 이때 간염 바이러스가

포함된 침이 들어와 상처에 묻으면 바이러스가 몸으로 들어와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술잔들 돌리거나 수건을 같이 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칫솔이나

면도기를 같이 쓰는 것은 안 됩니다. 칫솔질을 할 때 잇몸 등에 가벼운 상처가 날

수 있는 데 만약 칫솔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입 안에 상처가 있는 경우, 딥 키스로 간염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습니다. 사랑의

표현은 좋지만 지나친 스킨십은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 생각해 볼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사랑의 첫걸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또 다른 백미는 OST입니다. 김동률의 매력 있는 낮은 목소리가

스크린을 감싸고돌면 어느새 마음은 추억으로 젖어 듭니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1994년 발표되었으니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을 흔드는 곡입니다.

혹시 이 노래를 아시나요? ‘봄이 오는 캠퍼스 잔디밭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편지를

쓰네~’ 김수철의 ‘나도야 간다’라는 곡의 노랫말입니다. 1984년 영화 [고래사냥]의

OST이니 기억의 습작보다 10년 전의 노래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이 노래를 입속에서 흥얼거리게 되는 것은 마음속에 남아있는 첫사랑의 기억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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