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산부인과 “무과실 사고 30% 분담 못해”

이인재 변호사 “보상금 일부는 예산,일부는 공익기금” 제안

정부가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시행령은

분만 의료사고 때 산부인과 병,의원이 부담할 보상금의 비율을 당초의 50%에서 30%로

상당폭 낮춰 준 데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과실 분만 의료사고’의 보상금을 국가가 70% 부담하기로 한 정부의 입장에선

분만의 특수성과 저출산,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들의 의료사고 관련 법령에 대한 반발

등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도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의료사고를 우려한 의대 졸업생들이

산부인과, 특히 분만을 다루는 산과(産科)를 지망하지 않은 바람에 전국 230곳 지자체

중 무려 48곳에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다. 이는 젊은이들의 농촌 유입

또는 잔류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젊은이들의 출산 기피에

따른 저출산 문제는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얽힌 실타래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은 게 정부의 속 마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의료환경에서 ‘무과실 의료사고’의 경우에까지 정부가 자신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분만실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 신생아가 뇌성마비에 걸리거나 신생아, 산모가

숨질 경우 임산부 가족들은 큰 슬픔을 겪음은 물론, 적절한 보상금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의료진의 잘못도 없이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가 터졌을 경우에도, 병의원이

보상금의 30%를 부담하는 건 부당하기 짝이 없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이다.

의료수가가 낮아 동료들이 산과(産科)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자신은 이 분야에 어렵게

종사하고 있는데, 의료사고가 나면 병,의원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지금도 죽겠는데, 그런 부담금까지 내라니

정말 죽으라는 말이냐”며 정부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사고와 의료분쟁 문제의 실마리가 술술 풀리지 않을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사실 의료소비자, 즉 환자에게 돌아간다. 분만사고를 당한 환자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신생아가 의료사고로 뇌성마비 환자가 될 경우, 가족들은 아기가 뇌 손상을

입은 것도 억울한데 보상조차 거의 못 받는다.  

의료사고가 발생해 법정 다툼으로 번질 경우, 법원 판결에 필요한 ‘감정’을

하는 의사들은 의료사고를 잘 인정해 주지 않으려 한다. 소송 단가가 매우 높기 때문에

특정 사안을 의료사고로 순순히 인정해 주기란 쉽지 않다. 그럴 경우 의사 사회에서

자칫 생매장 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의료계에서

잘 알려진 비밀이다. 그 때문에 분만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 및 가족들이 법원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환자 측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렇다면 분만 의료사고 환자 및 가족을 살리는 길은 과연 없을까.

의료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인재 변호사는 “일본에선 무과실 분만

의료사고의 경우 민간단체가 조성한 공익기금으로 보상금을 일부 보전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는 정부 예산으로, 일부는 건강의료와

관련된 공익기금으로 보상금을 충당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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