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은 꿈의 일종”

조현욱의 과학산책

사후세계존재와 관계없어

사후 세계를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반갑지 않은 뉴스가 등장했다. 임사체험(臨死體驗)이

사실은 꿈의 일종이라는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유체이탈 체험 연구센터’가 발표한

것이다. 영혼 비슷한 것이 육체를 벗어나(유체이탈) 터널을 통과한 뒤 밝은 빛을

향해 날아간다는 것이 임사체험의 전형적 줄거리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것은

자각몽(自覺夢)의 일종이다.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꾸는 꿈이란

말이다. 의식이 깨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꿈의 내용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으며

현실처럼 생생한 데다 나중에도 또렷이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자각몽의 특징이다.

센터는 각각 10~20명의 자원자로 이뤄진 4개 집단의 사람들에게 자각몽을 꾸게

하는 훈련을 시켰다. 이를 통해 꿈속에서 유체이탈이 가능해진 일부 사람들에게 앞서의

임사체험 이야기를 꿈꾸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18명이 실제로 그런 체험을 했다고

보고했다.

센터의 마이클 라두가 소장은 “유체이탈로 터널을 통과하는 체험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임사체험 현상인 황홀감도 경험했다”면서 “심지어

빛을 향해 계속 날아가 이미 사망한 가족이나 친척을 만나기까지 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자원자 중 한 명은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유체이탈을 할

수 있었다. 그 다음 터널을 보고 싶어 하자 즉각 나타났다. 이를 통과하자 죽은 남편이

눈에 보였다. 우리는 몇 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말, 손길, 몸가짐, 감정 등이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떠나야 할 때라는 느낌이 오자 나는 터널로

뛰어들었고, 곧이어 내 몸 속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라두가 소장은 “임사체험은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는 근거 중 가장 많은 신뢰를

얻고 있지만 실상은 뇌 손상이 유발하는 극도로 생생한 자발적 자각몽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이번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임사체험이 사후 세계의 증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과학뉴스 사이트인 라이브 사이언스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자각몽 자체가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인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을까.

1970년대 후반 그런 방법이 개발됐다. 우선 뇌파 검사를 통해 현재 꿈을 꾸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 당사자가 미리 약속된 대로 눈동자를 느리게

움직임으로써 자신의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외부 관찰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자각몽은 드문 현상이지만 훈련을 통해 의도적으로 꾸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 숙달되면

다양한 가상 현실을 꿈속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조현욱 미디어본부장·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 (poemloveyo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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