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어린이-청소년 정신 검진? 안 돼~!”

“의료자원 낭비” “득보다 실 많아”

내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조사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에 관련

전문가들이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는

4월 중 발표할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에 국민의 정신질환 여부를 검진한다는 계획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울증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정신질환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 “의료자원 낭비하는 전시 행정” “득보다 실이 많다”

한국의료윤리학회 최보문 회장은 23일 “복지부의 계획은 돈만 낭비하는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면서 “의료자원을 이렇게 쓰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정신 질환 조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서 “2010년 영국

국립임상평가연구소(NICE)는 포괄적 우울증 검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즉, ▲양성으로 잘못 판정되는 비율이 50%에 이르며▲이런 검사에서 선별되는

환자는 대부분 경증으로 살아가면서 해결되는 문제이며 ▲많은 비용이 들고 전문

인력을 이용하는데 정신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실제 이득은 크지 않으며 ▲실제로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 인력과 의료자원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의료 시설에서 하는 우울증 검사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적절한 추가 평가와 진단, 치료가 가능한 곳에서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통상적으로 하지 말고 필요시 개별적으로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김영식 회장도 이날 “정신보건 분야 선진국들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 조사를 실시하는 규정을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그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용식 전 한국자살예방협회장도 이날 “신빙성도 떨어지고 객관성도 결여된 설문

형태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면서 “차라리

그 예산으로 당뇨나 고혈압에 관해 홍보하듯 생애 주기에 맞춰 정신건강과 관련한

홍보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종면 교수도 “설문조사를 통해 우울증 의심자로 잘못

판정을 내려 정상적인 사람들도 불안하게 한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거꾸로 실제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이상 없다’는 판정을 내리는

탓에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도 문제…“개인정보 보호 장치 없어”

법적인 문제도 있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경철 변호사는 이날 “우울증

등 정신건강 조사는 개인정보의 수준을 넘어 민감 정보로 분류될 수 있다”며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 경우 개인의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적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것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조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조사할

법령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치매 노인이나 청소년의 경우 조사에

응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할 능력과 자신의 증세에 대해 정확히 응답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인식 개선과 홍보를 위한 조사”

이에 대해 복지부 이중규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이번에 추진하는 조사는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상이 있는 경우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정도를 알려주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며 “국민들의

정신건강 전체를 관리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중증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문제 해결 방법이 명확하지 않고 조사의 정확성이나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정신건강에 관한 인식개선과 홍보를 위한 조사 정도로 생각하면

크게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또 “설문지가 개인의 집으로 배달되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조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며 “사람이 아닌 컴퓨터로 결과를 측정하기 때문에 개인건강정보

유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를 통해 정신질환 여부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면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관계 법령에 관해서는 “검진 방법이 결정되고 나면 정신보건법 등 법 개정에

착수할 것이지만 국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법 개정 없이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명휘 기자 submarin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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