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세계,초음파로 시끄럽다

조현욱의 과학산책

원숭이· 개구리·나방 ,초음파 교신 활발

박쥐는 초음파를 발사해 어둠 속에서도 먹이가 되는 벌레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먹이 입장에서는 초음파를 들을 수 있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러 종의 나방,

딱정벌레, 버마재비, 풀잠자리가 이런 능력을 갖췄다. 밤나방은 박쥐의 초음파를

들으면 갑자기 몇 센티미터 뚝 떨어졌다가 어지러운 회피 비행을 시작한다. 불나방(tiger

moth)은 한 수 더 뜬다. 이 나방은 독을 품고 있으며 그렇다는 사실을 눈에 띄는

화려한 무늬로 과시한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달려드는 박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불나방은 방어용 초음파를 발산한다. “나야 나, 먹으면 배탈나는 거 알지?” 여기에는

다른 해석도 있다. 박쥐의 레이더를 교란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숨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처럼 초음파를 활용하는 동물은 적지 않다. 집쥐와 집고양이는 어미와 새끼가

서로 부를 때 활용한다. 보르네오 섬에서는 초음파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개구리도

발견됐다. 서식지가 폭포 주변이라는 시끄러운 환경이어서 이 같은 능력이 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귀가 바깥에 있지 않고 두개골 쪽으로 들어가 있어 ‘머리에 구멍

난 개구리(hole-in-the-head frog)’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라디오처럼 주파수 대역을 선택해가며 듣는 능력을 갖춘 개구리도 확인됐다.

2008년 중국에서 발견된 종(O.tormota)이다. 독특한 능력의 비밀은 고막 뒤쪽의 통로인

유스타키오관에 있었다. 이 관이 보통 개구리처럼 열려 있을 때는 저음대를, 닫혀

있을 때는 고음대와 초음파를 듣는 것이다. 후자의 송수신이 주로 쓰이는 이유는

서식지인 급류의 물소리가 시끄럽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박쥐나 돌고래에 버금가는 초음파 능력을 갖춘 원숭이도 최근 발견됐다.

지난 8일 ‘생물학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논문이 실렸다. 주인공은 민다나오

섬에 사는 ‘필리핀 안경원숭이’. 키가 13㎝인 이 원숭이는 다른 지역의 깩깩거리는

친척들과 달리 조용하게 사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연구팀이

특수 녹음장치를 가동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무려 7만 ㎐ 대역의 초음파 통신이 잡힌

것이다. 연구팀은 “이들의 초음파는 포식자나 먹이로부터 자신들의 존재를 숨길

수 있는 은밀한 통신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동물의 초음파 능력에 대한 연구가 지금껏 미진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인간이

듣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1초에 2만 회 진동, 즉

2만 ㎐에 불과하다. 하지만 야생의 세계는 지금도 각종 주파수대의 초음파 통신으로

시끌벅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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