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신소재 ‘그래핀’에 주목하라

조현욱의 과학산책

놀라운 특성 가져…광범위한 활용 가능

고양이 한 마리가 가로 세로 1m의 그물 침대에 누워 있다. 그물의 무게는 0.77㎎,

고양이의 수염 한 올보다 가볍다. 이 그물이 바로 차세대 나노 소재, 그래핀이다.

 그래핀이란 탄소 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된 구조가 평평하게 연결된 2차원 구조물을

말한다. 이것을 원통형으로 이어 붙이면 탄소 나노튜브가 된다. 그래핀의 두께는

0.2 나노미터, 즉 100억분의 2m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도는 강철의 100배가 넘는다.

다만 현재의 기술로는 1㎡ 크기로 만들 수 없다. 앞서의 고양이 이야기는 2010년

노벨상 위원회가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제시했던 가상의 사례다.

 놀라운 소재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 플라스틱에 그래핀 1%를 섞으면 전기가

통하는 도체가 된다. 열 전도성은 다이아몬드의 2배가 넘는다. 탄성이 뛰어나 늘이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가볍고 구부릴 수 있으며

처리 속도가 빠른 장치를 값싸게 만들 수 있다. 빛을 2.3%밖에 흡수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다는 점도 유용하다. 이미 삼성은 이런 특성들을 이용해 휘어질 수 있는 25인치

터치 스크린을 선보였다.

 그래핀은 계속해서 새로운 특성을 내놓고 있다. 지난주 ‘사이언스’에는 그래핀에

산소 원자를 덧붙인 산화그래핀 막의 신기한 성질이 소개됐다. 공기나 가스 등은

차단하면서 물 분자는 그냥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헬륨은 1㎜ 두께의 유리창을

뚫고 서서히 새어나올 정도로 강력한 투과성 가스다. 하지만 머리카락 두께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한 막을 전혀 통과하지 못했다. 이 막의 틈새는 물 분자 한 개가 겨우 통과할

크기다. 막이 건조한 상태에서 이보다 작은 원자나 분자가 통과하려 하면 틈새가

수축되고, 건조하지 않은 상태인 경우 물 분자가 틈새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이상한 특성을 가진 소재는 없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최근 ‘네이처 나노기술’에는 그래핀 두 장을 특수하게 조정해 겹쳐 놓으면

전기를 차단하는 속성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도 실렸다. 고도의 전도체라는 한계를

벗어나 반도체와 전자공학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앞으로

상품 포장지나 옷이 디지털 기능을 가지며, 신용카드가 스마트폰의 연산능력을 갖추는

날이 빨리 올 수도 있다. 그래핀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 교수는 “그래핀의 미래 용도는 플라스틱이 오늘날 사용되는 광범위한 분야에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현욱 미디어본부장·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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