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폐 선암’ 유전자변이 첫 규명

서울대의대·마크로젠, 맞춤 치료제 개발키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소장 서정선)와 생명공학 회사 ㈜마크로젠(대표

김형태)은 폐 선암(腺癌) 환자의 유전체(게놈) 분석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

변이를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와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가 참여했으며, 논문은 이 분야 권위지인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이날 실렸다. 국내 연구진이 ‘폐암 유전자’를 찾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암은 체액을 분비하는 샘(腺:선)의 기능을 가진 세포에서 발생한 암을 말한다.

전체 폐암의 32%를 차지한다. 비흡연자, 여성, 45세 미만의 사람에게 생기는 폐암

중 가장 흔한 형태다.

연구팀은 폐 선암 조직에서 DNA 및 RNA를 추출한 뒤 유전체 변이와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 폐 조직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RET 유전자’의 일부분이

‘KIF5B 유전자’의 일부분과 융합해 만들어진 ‘KIF5B-RET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다른 두 명의 여성 폐 선암 환자에게서도 동일한

유전자 변이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체 폐 선암 가운데 약 6%(세계적으로 한해 약 4만명)가  ‘KIF5B-RET

유전자’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이 유전자 발현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서정선 교수는 “이번 발견은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효과적으로 찾아내 그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적용하는 새로운 의료 혁명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환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로 근무하는

A(34)씨다. 지난 해 자신이 폐암이며 이미 4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흡연자도 아니고 나이도 젊은 그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음을 의심했다.

마침 대학 선배가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에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유전자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 결과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것이다.

A씨의 주치의인 서울 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환자는 기존의 다중표적

항암제 치료로 좋은 상태를 유지해왔는데 근래 상태에 변화가 있어 2차 치료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새로 발견된 돌연변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폐암을 유발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신약을 개발하려면

이 돌연변이가 실제로 폐암 발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알아낸 뒤 동물실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4~5년의 연구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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