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독증은 태아와 모체의 싸움?

태반 분비 물질이 모체 혈압 높여

개그맨 이수근의 아내 박지연 씨가 임신중독증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2개월째

입원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신중독증의 원인과 증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신 중독증이란 주로 임신 중기에 발병하는 고혈압을 말한다. 전체 임신의 4~8%를

차지하며 모성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태반으로 피가 잘 흘러들어가지 않아

태아가 제대로 크지 못하며 심한 경우 태아가 사망할 수도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혈압만 오르지만  질환이 진행되면서 온 몸이 붓고 소변 양이 줄어들며 머리와

윗배가 아프고 눈앞이 흐릿해지는 증상 등이 발생하게 된다.

신장 이식을 받은 이수근 아내의 경우는 임신중독증 중에서도 자간전증으로 보인다.

고혈압으로 말미암아 신장이 손상돼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갈 만큼 심해지는 증상이다.

자간전증을 포함한 임신성 고혈압의 발병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배경 메커니즘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태반은 모체의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는

물질을 분비하는 데 모체가 이 물질에 취약한 경우에 실제로 고혈압이 생긴다. 이

물질은 모체의 혈관 내피세포, 신장, 간에 전반적인 손상을 입힌다.

◆임신중독증, 모체와 태아간 영양분 쟁탈전의 후유증

미국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헤이그 등은 원래 모체와 태아 간에 생물학적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태아는 모체의 영양분을 단

몇퍼센트라도 더 받으려 애쓰며 모체는 여기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많다. 임신 초기 태반세포는 혈류량을 조절하는 자궁신경과

세동맥 근육들을 파괴한다. 태반으로 들어가는 피의 양을 모체가 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태반은 또한 모체의 혈당 수치를 높이는 물질을 분비해 자신에게

포도당이 더 많이 공급되게 만든다. 모체는 여기에 대항해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지만

이것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임신성 당뇨병이 생기게 된다.

임신성 고혈압도 태반이 분비하는 물질에 모체가 충분히 대항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간전증은 태아에게 공급되는 혈류량이 부족했을 때 흔히 나타나고 이때

산모의 고혈압 증세는 심장의 펌프 작용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동맥의 수축정도가

심해져서 나타난다는 밝혀졌다.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태반이 혈압을 높이는

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했고 모체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는

말이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태아에게 유리한 영양분 공급량과 모체에서 적정하다고

여기는 영양분 공급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반이 이 모든 행동을 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아빠에게서 온 것이라고 한다. 부모와 자식간에 생물학적 갈등이

있다는 진화적 이론은 이미 오래전에 정립된 것이지만 1993년에 이르러서야 데이비드

헤이그가 임신에 이 이론을 적용했다.  

    조현욱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