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0>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바라보는 눈

임재현의 영화 속 의학이야기

2011년, 올해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의 업적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필요가 없겠으나 한 가지 되짚어 보고픈 것이 있습니다. 그의

췌장암 투병기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2003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2004년에

췌장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2009년에는 간에 전이가 발견되어 간이식 수술을 받는

등, 8년에 걸친 투병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가 이 시기에 발표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췌장암에 걸렸다고

합시다. 대부분의 경우 췌장암이 발견되는 순간, 사망선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일을 중단하고 치료에 몰두하든지, 산속으로 들어가 대체의학에 몰두하든지,

일상은 파국을 맞게 됩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그런 식으로 치료에 몰두했다면

우리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지금 눈앞에서 쓰고 있을 수 있었을까요?

스티브 잡스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면서 병마와 싸웠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일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며 불꽃같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본인에게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그런 일상에서의 일에 대한 몰두가 찬란한 역작을 만들었고, 그것이 오히려 췌장암을

이겨내고 버티는 힘이 된 것입니다.

암을 바라보는 두 가지의 눈이 있습니다. 사망선고로 생각해 삶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시각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암의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이제는 삶의 고단한 동반자일

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암도 정상적인 생활 속에서 치료해가는

만성병의 하나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50/50]은 우리 일상에서 맞닥뜨린 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암에 대처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특히 암 환자인 애덤 역의 조셉 고든 레빗의

절제된 연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감칠맛을 나게 하지요.  

애덤은 교통사고가 두려워 운전면허도 받지 않고 술, 담배도 안하는 모범생입니다.

하지만 허리가 아파서 찾은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는 척추

암에 걸렸고 생존 확률은 50/50이라는 것입니다. 애덤과 친구, 애인, 가족들이 각자

암에 대처하는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낸 영화가 [50/50]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옥의 티’가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애덤이 걸린 암의 이름이

schwannoma neurofibrosarcoma 인데 schwannoma 와 neurofibrosarcoma는 완전히 다른

종양으로 이들을 같은 병명으로 연결하여 명명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아마 억지로

어렵고 긴 이름을 찾다 보니 그런 불분명한 말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

한 가지 종양의 수술을 내시경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척추 종양을 내시경으로

수술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상처는 크게 나 있는 것을 보여주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것은 의학적인 자문을 자세히 받지 않은 데서 오는

결함으로 생각됩니다.

영화의 제목인 50/50. 즉 삶과 죽음의 확률이 반반이라는 의미입니다. 카지노에서는

최고의 확률이라고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술 후에 발생하는

합병증의 확률이 5%라고 하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본인에게 닥치면 100%입니다.

확률이라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올 수 있는 삶과 죽음의 가능성은 언제 어디서나 50대

50입니다. 암이 완치된 날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6개월의 생존 판정을 받은

말기 암 환자도 10년 이상 잘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긍정의 50%에

삶의 에너지를 쏟으면 마지막까지 100% 긍정의 삶을 사는 것이고, 부정적인 50%에

인생을 맡기면 죽는 날까지 100%의 부정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루든,

50년이 되었든 말입니다.

예를 들어 로또의 확률을 볼까요? 45개 중에 6개의 숫자를 맞추는 로또는 당첨

확률이 수백만 분의 일입니다.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로또를 삽니다. 로또를 사서 추첨하는 날까지,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의

삶, 비록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가능성은 우리의 삶에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로또를 산 순간, 발표 전까지는 나에게 당첨확률은 50대 50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100% 완전히 건강한 시기는 없습니다. 항상 불완전한 상태이지요.

질병은 항상 우리 곁에 맴돕니다. 감기, 두통, 배탈, 근육통 등의 증상은 언제나

왔다가 가고는 합니다. 암 같은 불치병도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지고 사는

그런 불편한 증상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 정도가 다를 뿐이지요. 그래서 감기나 배탈처럼

약 먹고 나았다가, 또 아프기도 하는 삶의 고단한 동반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라도 스티브 잡스처럼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50/50의 가능성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말이지요.

만약에 암이 찾아온다고 해도 언제나 가능성은 똑같이 50/50입니다. 어떤 가능성의

삶을 사는가 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컵에 물이 반쯤 담겨 있으면, 여러분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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