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약 특허조항 악용 가능성”

보사연 ‘FTA와 보건의료’ 토론회

한미 FTA비준 이후 약값 폭등, 의료 민영화, 제약 산업 붕괴 등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서 열린 ‘FTA와 보건의료’ 정책토론회에서도

이들 문제가 쟁점이 됐다.

이 자리에서는 약가 결정과정에서의 독립적 검토 기구 설립이 새 쟁점으로 부각됐다.

또 미국 제약회사의 특허 남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열띤 토론이 있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보건사회연구원측은 FTA 반대측이 쟁점으로 삼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ISD)’를 옹호했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 교수는 “앞으로 정부가 적어도 약가 정책에 대해서는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약값을 조정하려 했다간 줄 소송이 이어질 것이며

이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김 교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한미 FTA의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는 ‘FTA와 보건의료 서비스’  ‘FTA와 제약산업’의 소주제별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약 2시간 진행됐다. 다음은 발표자·토론자의 주요

토의 내용.

▶이상영 보사연 건강증진연구실장=ISD는 양자 간 투자 협정에서는 국제적으로

일반화돼 있다. 세계 2500개 협정의 대부분, 우리나라가 체결한 85개 중 80개에 포함돼있다.

한-EU FTA에는 이 조항이 없지만 EU 27개국 중 22개국과 우리나라가 체결한 협정에는

이미 포함돼 있다. 이 제도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본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자본 보호를 위해 더 필요하다. 2007년 이후 매년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액은 미국의 대한투자액의 2~3배에 이른다. 한미 FTA가 국내 보건의료서비스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으며 건강보험 민영화, 의료비 폭증, 건강보험 피소

등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특히 미국은 도하라운드 등 다자간 협상에서도 보건의료

부문의 국제간 교역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은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에 대한

논의를 원하지 않았으며 의료 인력의 이동과 관련한 시장개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보건의료서비스 부문이 주 협상 분야가 되지 못했다.

▶김진현 교수=FTA가 국내 산업에 영향이 없다고 하면 왜 미국 기업들이 FTA를

요구했겠는가? 뭔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부가 자료를 공개하고

어떤 문제점이 있고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는 호주도 신통상정책에 의해 폐기하기로 했다. 국제 중재기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변호사는 10명, 미국은 140~150명인데 과연 공정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겠는가?

한미  FTA발효 이후 기존 약값을 변경하는 경우 (외국 기업에 의한) 관련

소송 등이 늘어날 수 있다. FTA 전에도 정부가 기존에 등재된 약값이 너무 높다고

해서 조정을 하려고 했는데 제약사가 소송을 걸어 정부가 양보한 일이 있다. 인터넷에서

나오는 ‘맹장수술 900만원 된다’ 는 등의 내용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그 방향에

있어서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 미국 의료기관이 국내시장에 영리병원으로 진출할 경우 국내 의료기관이 ‘왜

우리는 영리병원 운영을 못하게 하느냐‘고 항의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수가에서

제외되는 병원이 늘어나면 수술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EU와의 FTA에는 없는데 왜 한미 FTA에만 그런 조항이

들어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선방했다고 생각했던 EU와의 관계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도 필요하다.

▶박실비아 보사연 연구위원=특허 기간 중인 약의 후발의약품 신청자는 특허 무효

또는 특허 불침해를 선언하고 허가를 신청한다. 45일 이내에 특허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허가하고, 허가받은 약은 180일간 제네릭(카피약)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그러나 △특허권자의 특허등재 남발 △소송남발 △오리지널사와 제네릭 사의 담합

△위임 제네릭의 제네릭 시판억제 등의 위험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하위규정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았다. 2010년 추가협상에 따라 제도의 의무이행이

3년간 유예됐다. 그동안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할만한 하위규정을 마련하면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선진화지원팀장=허가-특허 연계를 하도록 한

것은 한국이 어느 정도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는 의미다. 부실한 특허가 등재되지

않고 특허로 인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향후 3년 이후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의경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교수=전반적으로 의약산업에 피해가 생기고

건강보험재정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약값이 언론에서 걱정하는 만큼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관세가 철폐돼 약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발표는

사실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수입가격이 하락하면 시판 가격이 조금 내려갈

여지는 있을 것이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분야 복제약)가 거의 세계 최초 제품을 개발하는

첨단 수준이어서 이번  FTA를 잘 이용하면 위기를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박태균 중앙일보 기자=ISD를 하나의 축으로 미국이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를

무력화 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 비율을 높여 미국 기업에 손해가

늘어나면 소송을 당하게 된다는 의미이지만 거기까지 가면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홍정기 보건복지부 통상협력담당관=의료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정부는

현재의 건강보험체계를 바꿀 의지가 전혀 없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도 처음에는 논란이

많겠지만 대상이 되는 경우의 한정적이다. 약가 산정과 관련한 독립기구의 경우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한 호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검토결과가 재심의

과정에서 참고 수준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독립기구에서 논의한 내용이 심평원이나

공단에서 재심의하는 데 참고정도만 되도록 협상하겠다.

    안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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