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죽이고 5명을 살릴 수 있다면…당신은?

가상 현실 실험, 90%가 ‘1명 살인’ 선택

통제를 벗어난 석탄운반차가 내리막 길을 질주한다. 철로 앞쪽에는 5명의 등산객이

걸어가고 있지만 양쪽이 가파른 벽이라 피할 곳이 없다. 그대로 두면 모두 죽을 것이

확실하다. 당신은 운반차의 진로를 왼 쪽으로 바꿀 수 있다. 왼쪽 철로에는 등산객이

1명 밖에 없고 역시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진로를 바꿔

1명을 죽이고 5명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그냥 내버려둘 것인가.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카를로스 나바레트 박사가 사람들의 선택을

묻는 실험을 수행했다. 참가자들은 3차원 디스플레이 장치를 머리에 부착하고 여기

비치는 영상을 보면서 선택을 해야 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실제 사람처럼 실감나게 묘사한 디지털 이미지다)을

죽일 것인가

그 결과 147명의 참가자 중 133명(90.5%)이 조이스틱을 당겨 진로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1명을 죽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나머지 14명은 운반차가 5명을 죽이도록

방치했다(11명은 아예 조이스틱을 당기기 않았고 3명은 당겼다가 이를 취소했다).

나바레트 교수는 이 같은 결과가 가상현실을 이용하지 않은 과거의 연구들과 일치한다면서

“‘살인하지 말라’는 규범은 더 큰 선(善)에 대한 고려에 따라 위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의 실험은 철학자들이 몇 십 년 째 숙고해 온 윤리적 딜레마인 ‘전차 문제’의

새 버전이자 이 문제를 가상 현실 환경에서 사람들의 행태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제시한

최초의 사례다. 연구팀은 “영상, 음향, 그리고 선택한 행동에 따른 결과를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나타낸 가상 현실을 이용했다는 것이 이번 실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선 또 조이스틱을 조작하지 않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더 흥분했다는

사실이 이들의 손가락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드러났다. 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불안감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얼어붙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나바레트 교수는

말한다.

그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을 혐오하지만 이성적 사고에 의해, 예컨대

이를 통해 살릴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함으로써 이 같은 혐오감을 넘어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선택에 대한 고민과 불안이 너무 커서 공리주의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학술저널 ‘감정(Emotion)’에 발표됐으며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에 1일 게재됐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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