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샘암 혈액검사, 받지 않느니만 못해”

자궁경부암·유방암 등 잦은 조기검사 ‘논란’

전립샘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이 세 가지 암의 공통점은 최근 의학계에서 조기 암 검사의 효율성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암 검사는 더 일찍, 더 많이 받을수록 좋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암에 대해 최근 의학계에서는 너무 잦은 조기 암 검사가 돈만

낭비할 뿐,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암 조기검사 무용론에 대한 논란을 31일

소개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40~79세 여성 33만 명의 유방조영술 검사 결과를

조사한 결과 유방암 오진 확률이 61%나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때문에 이 대학

연구팀은 유방암 검사의 경우 매년 받는 것보다 2년에 한 번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의료비용을 낭비하고 환자들의 정서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달 초 미국예방의학태스크포스(United State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전립샘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받을 필요 없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PSA검사를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낮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비뇨기과

의사나 방사선과 의사 등 현실적으로 환자들을 접하는 사람들은 ‘뜸하게 받는 암

검사’에 대해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암을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다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을 여럿 접해봤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점도 있다. 의사들이 “암 검사는 굳이 자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환자에게

말했다가 환자가 암에 걸리면 법적인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사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검사를 자주 받고 보라”고 말할 확률이

높다.

또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검사 무용론’이 암 검사 보험금 지급을 꺼리는 보험회사의

압박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의 연구 결과가 “검사를 자주 받는 것이 단지 돈이 더 들어서 문제라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잦은 검사가 건강에 더 안 좋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연구를 수행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들이 고정관념 때문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전립샘암 검사 효과 조사에 참가한 미국예방의학태스크포스 디모시 윌트 박사는

“최근 의사들이 느끼는 혼란은 수십 년 동안 믿어왔던 생각을 한 번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암 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오티스 브로울리 박사는 “종양 세포에

대한 정의는 1845년 독일 병리학자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지금은 1845년이 아니라 21세기다”라고 지적한다.

피르호는 종양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경우를 대상으로 연구를 한 뒤 그를 바탕으로

정의를 내렸다. 또 이는 당시로서는 당연한 연구 방식이기도 했다. 반면 최근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종양이라고 해서 모두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종양

중에서는 아주 천천히 자라거나 아니면 아예 성장을 멈추는 경우도 있다. 아예 몸에

전혀 해를 주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브로울리 박사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조기 검사 횟수를 제한하고 효율적인 검사 주기를 정하는 것에 보다 개방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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