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 우선, 물질이 아닌 공간은

빛보다 빨리 팽창할 수 있다. 우주가 그런 예다. 우주는 약 137억년 전 무(無)로부터

탄생했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인 빅뱅 이론이다. 빅뱅 직후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우주는 당시 크기의 10의 60제곱 배만큼 팽창했다고 한다. 우주 공간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한 이 사건에는 ‘인플레이션(초팽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직접 증거는 없지만 대다수 과학자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가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거시적인

물질분포가 지나치게 균일하다든가, 빅뱅 이후 퍼져 나온 복사파의 온도가 우주의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다든가(오차범위가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하는 사실이 그런

예다. 한편, 지구를 중심으로 약 460억 광년 바깥의 우주 공간은 현재 초광속으로

팽창 중인 것으로 우주론자들은 보고 있다.   

물질 입자도 경우에 따라선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 예컨대 빛이 물속을

지나갈 때는 진공 속을 통과할 때에 비해 속도가 75% 정도로 느려진다. 따라서 높은

에너지를 지닌 입자는 적어도 물속에서는 빛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다. 이 경우 일종의

충격파 비슷하게 빛이 발생하게 되는 데 이를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체렌코프 복사(효과)라고

부른다. 사용 직후의 핵연료를 저장해 둔 물이 짙은 푸른 빛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효과는 직접 포착이 거의 불가능한 중성미자를 탐지하는 데도 이용된다.

다만, 진공 속의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입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이래 1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이것은 과학계의 ‘진리’였다. 하지만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중성미자가

빛보다 빨리 이동하는 것을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발견이 될 수 있다. 빛보다 빠른 입자가

있다면 관찰자의 입장에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현상을 보게 된다는 것이 상대성

이론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결과가 원인에 앞서 발생한다거나 미래로부터

과거로 신호를 보내는 등의 일이 가능해 진다. 게다가 일반상대성 이론은 만일 초광속

입자가 있다면 그런 입자는 빛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대다수 과학자가 CERN의 발표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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