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는 병, 중의는 인간, 대의는 사회 고친다”

8돌 맞은 나누리병원 장일태·김혜남 부부 사연

“그는 독특한 의사입니다. 수술이 잘못되면 곧바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실직고합니다.

동료의사에게도 실패 사례를 그대로 알립니다. 힘들게 건강을 되찾은 환자가 병원을

나설 때에는 환자에게 감사패를 드립니다.”

1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나누리병원 8돌 기념식.

축사를 한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는 “장일태 원장이 축사를 부탁하면서 자신의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그럴 자리가 아니다”면서 이 같이 소개했다.나누리병원

장일태 원장(55)은 척추 분야에서는 유별난 의사다. 서울과 인천에서 3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수원에도 병원을 세울 예정인 성공한 ‘병원 경영인’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듣고 찾아온 환자는 늘 직접 맞이해서 진료한다. 연로한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오면 벌떡 일어서서 고개 숙여 공손히 절하고 안부를 물은 다음 진료를 시작한다.

노 대표는 “장 원장은 의대 시절 가난했지만 무진장 성실했고 같은 학교에 다니던

김혜남 박사는 성실함 하나에 이끌려 결혼을 결심했다”고 귀띔했다.

부인 김혜남 박사(53. 현 인천나누리병원 소장)는 정신분석학에 정통한 정신과

의사이면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어른으로

산다는 것》 등의 명저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나누리병원은 현재 요통이나 관절통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병원이지만 병원의 설립과 성장에 두 사람의 사랑이 똬리 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 원장은 대학 졸업 뒤 탄광촌에서 환자를 돌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탄광 갱도가

무너져 대학생 형제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어머니는 두 아들의 시신 앞에서

“학비를 벌어 보겠다고…”하면서 목 놓아 울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장 원장은

‘언젠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실행은 쉽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세란병원의 부원장으로서 전국에서 밀려오는 환자를 진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른척추연구회’의 멤버로 대학교수들을 비롯한 의사들과 함께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공동으로 연구했다. 유력 언론사의 척추 분야 명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난치병에 걸린 것. 조금씩 온몸의

운동신경이 약해지는 병이다. 요즘엔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치료법조차

없었다. 장 원장은 한숨을 쉬었다. 평소 아내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지 못했던  것이

폐부를 찔렀다. 그러나 아내는 강했다. 마치 책에서 독자에게 말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단지 조금 불편하고 미래가 불확실할 뿐, 달라진 것은 없어요. 어쩌면

하늘이 좋은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몰라요. 당신이 평생 벽에 써 붙여 놓은 글, ‘소의는

병을 고치고 중의는 인간을 고치며 대의는 사회를 고친다’는 신념을 실현해보세요.

저도 도울게요.”

장 원장은 새 개념의 병원을 구상했다. 돈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병원, 수익은

임직원과 사회가 함께 나누는 병원. 이름도 ‘나누리’로 정했다. 2003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림빌딩에서 첫 병원을 열었다. 수익의 1%는 ‘아름다운 재단’에 내기로

해서 ‘아름다운 병원 1호’로 선정됐다. 그는 매년 아름다운 재단, 열린 의사회,

국경없는 의사회 등이 추천하는 환자 20명 이상을 무료 수술해 왔다. 병원 환자 중

상당수에겐 수술비를 감면해주고 있다.

임직원에게는 주택 자금, 자녀 학자금, 노후를 걱정하지 않도록 했다. 직원들이

주택 자금 융자를 받을 때 보증을 서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쓴

일이었다. 임금 피크 제를 도입해서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의

자녀가 대학교에 가면 지원해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나눔의 마음은 병원 전체로 퍼져서

직원의 60% 이상이 사회에 대한 나눔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나눌수록 병원의 명성은 더 높아졌다. 2008년 인천 부평, 2009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병원을 세웠고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환자가 환자를 소개하는 일이 이어졌다.

2013년 경기 수원 원천동에 지상10층, 지하3층 규모로 제4병원을 짓기로 했다.

이날 8주년 행사도 독특하게 치러졌다. 정관계와 의료계의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대신 지인과 임직원만 불렀다. 각 병원의 첫 번째 환자에게 상패를 수여하고 직원에게

감사장과 자녀 장학금을 줬다.

두 번째 축사를 맡은 신현호 의료전문변호사는 “나누리병원은 의료를 통해 인간존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척추·관절 병원의 모델”이라면서 “그 정신이 제5,

제6병원으로 이어지며 확산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행사의 인사말에서 “아내가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좌중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부인 김 박사는 수줍은 듯, 미소로 응답했다. 이날 행사 동영상에서

선보인 슬로건 ‘천 년 가는 나눔 정신, 천 년 가는 나누리병원!’이란 문구가 여러

의미로 가슴에 와 닿았다.

△장일태 김혜남 부부(오른쪽에서 3,4번째)와 나누리병원 원장단

황숙영 기자 hsy@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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