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장 “세계 TOP 10 병원 만들 터”

“디지털병원 수출 등으로 수익 다각화”

네이버에서 ‘이철’을 검색하면 세 사람이 나온다.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연세의료원

원장, 울산대 총장. 공교롭게도 모두 경기고 63회(1964년 입학) 동기다. 좌우의 두

사람은 한자로 ‘哲’, 가운데 인물은 ‘喆’이다.

가운데 인물인 이철 의료원장은 연세의료원 성장의 중심점이다. 연세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세브란스병원장을 거쳐 연세의료원장 겸 연세대 의무부총장을 맡아 ‘세계적 의료

클러스터’를 완성하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역별 의료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대(大)

의료 클러스터’를 만들어서 세브란스를 ‘세계 톱 10병원’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꿈을 갖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창립 5돌을 앞두고 취임 한 돌을 맞은 이 원장을 인터뷰,

그 꿈을 어떻게 구현할지 물었다.

이 원장은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곧바로 병원으로 출근해 밤늦게까지 분초(分秒)

단위로 사람을 만나고 회의를 주재해왔다. 그러고도 시간이 모자라자 자택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병원에 보다 가까운 광화문으로 옮겼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해

병원에서 집까지 타박타박 걸어가는 것을 건강관리법으로 삼았다. 이때 그의 머릿속에는

무수히 많은 삼각형이 떠오르곤 한다. 가장 큰 삼각형의 세 꼭짓점은 △의료 클러스터

△의료 산업화 △세브란스 정신의 구현이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을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성장시키는 ‘3단계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이 모습을 보이기까지 설계사 역할을

했던 터다.  이번에는 2013년 에비슨 의생명 연구센터, 2014년 연세 암병동의

문을 여는 작업의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연면적 4만5000평에 이르는 이들 시설이

완공되면 세브란스병원 규모는 지금의 갑절로 커진다. 그는 여기에 송도 의료 클러스터(2015년)와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2016)을 세워 서울-송도-용인을 연결하는 ‘삼각 벨트’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인천 송도국제도시 7공구에 자리잡은 연세대 국제화 복합단지에는 1000병상

규모의 매머드 급 세브란스국제병원이 건립된다. 외국인 전용 300병상에 우리나라

환자용 700병상이다. 병원은 송도의 의대 캠퍼스와 중개 임상연구센터의 트라이앵글을

이루게 된다.

 이 원장은 의료산업화와 관련, “1970년대 수재들이 공대에 대거 진학한

뒤 졸업 후 IT 바람을 일으켰듯, 최근 수재들의 의대 진학 붐이 의료산업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예진했다.

그는 △디지털병원 수출 △진료현장의 아이디어 상품화 △특허 및 기술이전료

수입 △임상시험 수입 등을 통해 병원 수익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세브란스병원의 디지털화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를 통해 환자의 만족도를 올리고 국부 창출에도 기여하겠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의 EMR(전자의무기록), OCS(처방전달시스템),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등 전산화 수준은 미국 전문가들을 감탄케 했다.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평가단은

실사를 하러와서 전산시스템을 보고 ‘Wonderful’ ‘Fantastic’을 연발했다. 세계적

컨설팅 회계법인인 프라이스하우스쿠퍼(PWH)는 “왜 이 좋은 시스템을 수출할 생각을

하지 않느냐”며 수출을 건의했다. GE의 크로틴빌 연수원에서는 벤치마킹을 위해

실사단을 보냈다.

 세브란스병원은 8월 말 SK건설과 디지털병원 수출협약을 맺었고 기술지주회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 난관도 있었다. 5월 탤런트 박주아가 로봇수술을 받다가 숨지자 언론은

로봇수술의 상업성을 질타했다. 여기에 이 원장은 로봇수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국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로봇수술은 누가 뭐래도

미래 외과 수술의 방향입니다. 우리가 장비를 국산화하는 등 이  분야를 이끌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큰 삼각형의 맨 위 쪽  꼭짓점에 있는 것은 ‘봉사와 협동’이라는 세브란스

정신의 구현이다. 이를 위해 금년 중 ‘세브란스 나눔위원회(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위원회의 목표는 세브란스의 정신과 전통을 계승하고 사회의 나눔 분위기를 확산하는

것이다. 의료원 교직원의 자금과 기술(재능), 시간을 나누는 ‘세브란스 10%(십일조)

나눔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십일조 나눔 운동은 어려운 이웃에 대한 진료비·치료비 지원, 저개발국가

의료진 양성, 몽골연세 친선병원 강화, 해외 의료봉사 확대 등으로 추진된다. 이

원장은 “의료원 자체 봉사활동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공적개발원조(ODA)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브란스의 협동정신은 서로 다른 교단의 선교사들이 힘을 합치자는

뜻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오늘날은 의료진이 다른 과, 나아가 다른 대학과 협동에

적극적이어야 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는 것에서

의료진들이 서로 도와가며 환자를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세브란스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이런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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