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만 가지고 위암 내시경 시술할 수 있나?”

무리한 수가산정에 병원들 시술 중단 사태

국내 대형 병원들이 위암 환자에대한 내시경 절제시술을 중단한 것은 복지부가

무리하게 낮은 수가를 산정한 탓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순천향대병원 등은 이달부터 조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을 중단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그 원인은 이달부터 ESD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면서 보험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산정된 데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달 25일 고시한 ESD의 보험수가는 행위료

21만원(가산율 및 선택진료료 제외), 치료 재료 9만원을 합쳐 30만원에 불과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지난 달 까지 150만~250만원 받던 진료비

수입이 갑자기 5분의 1 이하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병원들은 시술 중단의 이유로 시술 칼 부족을 들고 있다. 지난 달 ‘환자분들께

알리는 글’을 통해 “9월 1일부터는 양질의 시술 칼 공급이 중단되어 기존에

시행하던 내시경 시술을 부득이 시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된

칼 공급업체인 올림푸스는 지난 달 말 병원들에 공문을 보내 ‘더는 시술용 칼을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복지부 고시에서 시술 칼의 비용을 9만원으로 산정, 공표한 데 대한 반발이다.

실제 수입가격은 종류에 따라 20만~3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6일 복지부는

“치료재료 업체인 올림푸스(시장점유율 75%) 등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원가 자료를

제출한 업체의 가격 수준에 맞춰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제 가격에

대한 조사 없이 업체의 자료제출에만 의존하겠다는 관료주의적 발상의 탁상 행정에

불과하다.

문제는 또 있다. 재료비에 반영된 것이 일회용 칼뿐이라는 점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최황 이사는 “시술에 따른 출혈을 막으려면 혈관을 지혈 겸자로 지지거나 헤모클립으로

찝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겸자의 가격은 20만원이고 클립은 개당 1만 5천원인데

4~6개가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일회용 재료의 가격을 보험수가에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복지부에 지혈 재료값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담당자는 ‘그건 논의대상이 아니다’고만 말하고 답변을

회피했다” 고 전하고 “의사가 칼만 가지고 시술하고 지혈은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가 주장해 온 ESD 시술비는 150만원 선이다. 의사의 행위료(50만~70만원)에

시술용 칼 두 자루(20만원+ 30만원), 지혈도구 (6만~20만원) , 보조의사·간호사

인건비 등을 포함한 액수다. 칼을 핑계로 시술을 중단한 대형병원들이 실은 “시술비가

터무니 없이 낮기 때문”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근거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이스란 보험급여과장은 6일 “수가를 확정하기 전에 이의가

있으면 조정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데도 관련학회와 병원은 이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화기내시경학회는

같은 날 “적정한 진료비 산출근거를 지난해에 이미 제시했는데 복지부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시술 중단 사태가 문제가 되자 6일 “절제용 칼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에서

객관적인 원가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합리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겠다”면서 “상한

금액을 직권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 문제를 인정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미 이 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두 자루 값을 인정하겠다는 경과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혈용 도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행위료 수가에

대해서도 “학회 등에서 공식적으로 조정신청을 하면 평가위원회를 거쳐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탁상행정에 따른 혼란과

환자들의 피해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황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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