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육상은 흑인들 세상인가?

김화성의 종횡무진 육상이야기③

아프리카 아이들은 가난하다. 하지만 천진난만하다. 구김살 하나 없다. 산과 들로

마음껏 뛰어다니며 논다. 빈터가 있으면 공을 찬다. 해진신발은 그래도 다행이다.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렇게 뼈와 근육을 키운다. 자연스럽게

인내력도 기른다. 배고픔을 너무도 잘 알기에 ‘헝그리 정신’은 기본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타고난 민첩성과 유연성 그리고 탄력성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1960년 아베베 비킬라(1932~1973)의 등장은 ‘세계육상계의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는 로마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맨발로 42.195km를 줄달음치며 가뿐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기 전까지 공식대회에서 딱 한번 풀코스를 달렸다.

생애 두 번째 마라톤레이스에서 가볍게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그것은 아프리카출신

흑인 최초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올림픽 최초 흑인 금메달은 1908년 런던올림픽

남자 1600m 계주의 미국대표 존 테일러)이었다. 그는 내친김에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우승했다. 이번엔 신발을 신고 달렸다.

사실 아프리카선수들의 올림픽 마라톤우승은 늦은 감이 있었다. 만약 아프리카

국가들이 좀 더 ‘먹고 살만하고, 국제 스포츠무대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훨씬 이전에

올림픽 육상무대를 휩쓸었을 것이다.

달리기는 이제 흑인들 세상이다. 단거리는 중서아프리카(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출신과, 미국 그리고 카리브연안 흑인들이 펄펄 날고 있다. 장거리는

동부아프리카(케냐, 에티오피아)와 남아공 흑인들이 우승을 휩쓸고 있다. 왜 흑인들은

달리기에 뛰어날까? 연구결과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최근 미국의 생물학자 빈센트 사리히는 재미있는 통계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수 년 간 세계 각종 육상대회 성적을 토대로 케냐인들의 중장거리에 대한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마라토너가 나올 확률은 ‘케냐의 칼렌진 부족이

100만 명에 80명꼴 이라면 그 이외 다른 국가는 인구 2000만 명에 1명 정도’라는

것이다.

왜 케냐에서도 유독 칼렌진 부족들만 잘 달릴까. 일부 역사생물학자들은 칼렌진족의

‘캐틀 라이딩(소 도둑질) 전통’에서 찾는다. 그들은 수백 년 동안 마사이 등 다른

부족이 기르고 있는 가축을 도둑질하면서 살아왔다. 만약 훔치다가 걸리면 곧바로

죽음을 당했다. 그렇다고 가축을 훔치지 않고 살 수 있는 이렇다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칼렌족 남자들은 결혼을 하려면 엄청난 지참금이 필요했다. 적어도 소 두 세 마리는

훔쳐 와야 장가를 갈 수 있었다. 결국 최고의 마라토너만이 최고의 아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느림보나 조금만 달려도 숨을 헉헉거리는 남자들은 평생 혼자 살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먹고 사는 것만도 다행이었다. 결국 수백 년 동안 최고 잘

달리는 용사들의 유전자만 살아남게 됐고 오늘날 마라톤 선수들이 바로 그들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논리다.

이밖에 해발 2000m 고지대 생활, 선선한 기후, 어릴 때부터 포장되지 않은 산과

들을 뛰어다닐 수 있는 환경, 걸어 다닐 수밖에 없는 적당한 가난 등도 이들의 달리기

환경을 이롭게 했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인구 300만 명의 케냐 칼렌진 부족에 약 240명의 잠재적인 세계적 마라토너가

있다면 한국엔 잘해야 2,3명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한국의 경우 어쩌면 황영조, 이봉주

2명을 이을 천재가 당분간 나오기 힘들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왜냐하면 두 천재가

이미 나왔으니 확률로 보면 당분간은 더 나오기 어렵다는 계산인 것이다. 혹시 황영조만

천재로 인정한다면 1,2명은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흑인들 엉덩이는 빵빵하다. 허벅지 뒤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부분이 늘씬하고

팽팽하다. 그래서 잘 달린다. 바로 이 ‘빵빵한 엉덩이’에서 순간적인 강력한 힘이

분출된다. 학자들은 이 ‘빵빵한 엉덩이 근육’을 ‘파워 존’이라고 부른다. 파워

존이 잘 발달해야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흑인들이 세계 육상 단거리를 휩쓰는 이유다.

보통 흑인들의 ’파워 존‘은 백인종이나 황인종에 비해 눈에 띄게 잘 발달돼

있다. 게다가 흑인들은 단거리에 적합한 ’속근 섬유질‘ 근육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돼

있다. 대신 아시안이나 서구인들은 오래 달리는 데 적합한 ’지근 섬유질‘ 근육이

흑인에 비해 잘 발달돼 있다. 한마디로 흑인들은 단거리, 아시아인이나 서구인들은

마라톤 체질이다.

그렇다면 왜 세계마라톤대회마다 흑인들이 우승을 밥 먹듯이 하고 있을까? 아시아인들이나

백인들은 왜 맥을 못 출까? 그것은 ‘현대마라톤의 스피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라톤도 이제 100m 달리듯이 빨리 달리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는 시대에 온 것이다.

더구나 세계유명대회일수록 좀 더 좋은 기록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코스를 평평하고

쉽게 만들고 있다. 지구력이 약한 흑인 마라토너들에겐 날개를 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덴마크의 코펜하겐 대학 벵트 샐틴 교수는 30여 년 동안 동아프리카인들의 생리적

특징을 연구해온 학자다. 샐틴 교수는 말한다. “보통 인간은 심한 운동을 하면 근육에

암모니아가 만들어 지면서 극도로 피로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동부 아프리카인들은

심한 운동을 해도 유전적으로 근육에 암모니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육상 종목을 즐기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육상 잡학 사전 3>

육상 선수들은 발목이 가늘고 머리가 작다

이봉주는 키 168cm에 몸무게가 55kg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훈련할 때나, 대회에

나가 레이스를 펼칠 때의 몸무게가 55kg이고, 대회가 끝난 후 조깅을 하면서 몸을

풀 때는 이보다 1~2kg 더 나간다고 보면 된다.

보통 성인 남자의 경우 키가 168cm 정도라면 몸무게는 65~70kg쯤 나간다. 이봉주는

이들보다 최고 10kg 정도 덜 나가는 것이다. 그만큼 마라토너의 몸엔 군살이 전혀

없다. 뼈에 필요한 근육만 있을 뿐이다.

보통 아마추어 마라토너인 마스터스의 경우 살이 평소보다 1kg이 더 찌면 기록이

3분 정도 늦어진다. 엘리트선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군살이 붙으면 그만큼 기록이

늦어지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만한 무게를 더 지고 105리 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들이 대부분 머리가 작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머리가 크면

아무래도 기록이 늦어진다.

이봉주의 체지방률도 10%가 안 된다. 보통 성인 남자는 15~20%선. 마라토너들은

기본적으로 깡마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몸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매일 40~50km씩 2~3년은 달려야 한다.

마라톤 선수들은 한번 은퇴하면 금세 몸이 난다. 소위 마라톤감독들이 자주하는

말로 ‘돼지’가 되는 것이다. 일단 ‘돼지’가 되면 다시 현역에 복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3년에 걸쳐 다시 몸을 만들어야 하는 데, 말이 그렇지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황영조는 키가 이봉주와 거의 같다. 몸무게도 현역 땐 비슷했다. 하지만 요즘

황영조 체중은 70kg을 넘나든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함께 틈날

때마다 달리는 데도 그렇다. 거의 죽자 살자 달리지 않으면 마라톤 몸매가 안 나오는

것이다.

황영조는 궁여지책으로 신발 바닥에 쇠를 넣고 다닌다. 보통 사람들이 신으면

발목이 뻐근할 정도로 무겁다. 그런데도 몸무게 줄이는 데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공항 검색대 통과할 때마다 그 신발이 늘 말썽이다. 검색원들이 그

신발을 일일이 살펴 본 후에야 통과를 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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