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상상력 키우려면 설명하지 마라

분명한 설명에만 신경…더 이상 상상하려 하지 않아

자녀에게 새 장난감을 사 줬는데 아이가 사용법을 몰라 곤란해 한다. 친절한 부모라면 설명서를 읽고 일일이 작동하는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친절한 행동’일 수는 있어도 ‘현명한 행동’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MIT 공대의 로라 슐츠 교수는 부모나 교사의 설명 방식이 자녀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설명이 분명할 경우 자녀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네 가지 다른 기능을 가진 튜브 장난감을 85명의 미취학 아동에게 쥐어 준 뒤 교사가 설명을 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난감에는 노란색 튜브를 당기면 ‘삑삑’ 소리가 내고 파란색 튜브 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는 식으로 색깔마다 다른 기능을 갖고 있었다.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와, 신기한 장난감이에요. 노란색 튜브를 당기면 ‘삑삑’ 소리를 내요!”라면서 기능 한 가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다른 그룹 아이들에게는 “와, 신기한 장난감이에요. 보세요!”라며 구체적인 설명 없이 장난감을 쥐어 줬다.

그 결과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장난감의 네 가지 기능 중 설명을 들은 한 가지 기능만 파악해 냈다. 반면 별다른 설명 없이 장난감을 받은 아이들은 두, 세 가지 이상의 기능을 발견해 낸 경우가 많았다.

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설명을 제공받은 아이들은 대부분 2분 정도 놀다가 장난감에 싫증을 냈지만 설명을 듣지 못한 아이들은 3분 이상 장난감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는 아이들의 경우 가르침이 명확할 때 그 가르침을 ‘자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가르침 이상의 무엇을 잘 상상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뭐가 중요한지 설명하고, 몸소 시범을 보이는 식의 ‘명확한 교육’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슐츠 교수는 “학교에서도 ‘정답은 이거다’라고 가르치기보다 ‘이게 정답처럼 보이긴 하지만 다른 여러 가능성도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학생들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인지 과학(Cognition)’에 실렸으며 MIT 공대 홈페이지에 30일 공개됐다.

이완배 기자 blackhar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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