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근육 가진 여자, 국제대회 출전 못한다”

테스토스테론 많으면 남자처럼 운동경기 유리

2009년에 있었던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뜨거운 이슈는 성별논란이었다.

여자 8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가 보통 여자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세 배나 높은 것.

얼굴 생김새는 물론 신체적 특징까지 남성에 가까웠던 세메냐는 약 1년에 걸친

논란 끝에 여성으로 인정받았지만 호르몬 분비가 일반인들과 다른 선수를 어떻게

판단해야할지는 여전히 국제 스포츠계의 이슈로 남았다.

앞으로는 선천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자만큼 많이 가지고

태어난 여자들은 운동경기에서 여자부에 출전해도 될지 자격 검사를 받아 ‘제 2의

세메냐 논란’이 사라질 전망이다.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따르면 여자 선수의 남성호르몬 적정 수치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육상연맹(IAAF)이

수용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7월 쯤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IOC 총회 전에 완성해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IOC는 “이 규칙으로 여자부 경기 출전이 금지된다 해도 그 사람이 남자부

경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해 가이드라인이 실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완책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왜 새로운 규칙을 도입해야하는가?

생식계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 특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안드로겐과다증을 갖고 있는 여성은 남자들처럼 근육이 많이 발달해

운동경기에 유리하며 다른 여자 선수들에게는 불공정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메냐는 기록을 8초 이상 단축했다.

▽ 새로운 규칙은 무엇인가?

혈액테스트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자만큼 높은 여자 선수들은 운동경기

여자부에 출전할 수 없다. 아직 구체적인 기준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보통

성인 여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데시리터당 15~70나노그램이며 성인 남자는 260~1000나노그램이다.

이 규칙에도 예외는 있다. 안드로겐불감성증후군(AIS)은 성염색체가 XY로 유전학적으로는

남자지만 몸의 세포가 남성호르몬에 반응하지 않아 평생 여성으로 사는 질환이다.

2006년 AIS에 걸린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은 도하 아시안 게임 여자 800m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성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메달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최근 IOS는 AIS을

가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다 해도 경쟁에서 이길만한 이득이 없다고 판단해 AIS는

새로운 규칙 적용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보통의 여자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높지만 남자보다는 낮은 다난성난소증후군(PCOS)을

앓는 사람도 이 규칙 적용에서 제외된다.

▽ 테스트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IOC는 “약물테스트나 혈액테스트를 하는 동안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확인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의학전문가가 각각의 경우를 익명으로 검토하고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경우 AIS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골치 아픈 문제가 남아있다.

미국 예일대학의 내분비학자 마이론 게넬은 “AIS은 몇 개의 호르몬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전문가들이 AIS를 가진 여자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아직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제한을 받나?

인구학적으로 5000명 가운데 1명은 염색체와 해부학상 성별이 일치하지 않으며

그 가운데 AIS가 가장 흔하다.

남아공 케이프타운대학의 생화학자 말콤 콜린스는 “다섯 번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421명 가운데 1명이 AIS인 것으로 판명됐다”며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 참가한 3387명의 여자선수 가운데 8명이 Y염색체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게넬은 “새로운 규칙의 적용은 선수를 익명으로 투명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며

“단순히 ‘여자 같지 않다’는 식의 오명을 씌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콜린스는 “안드로겐 수치는 남자와 여자의 운동능력이 다른 결정적인 원인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것이 불공정한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명확한

증거가 되지 못하므로 그것을 테스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