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서 ‘어머니’로, 어른스럽게 불러야

유아어 사용하면 철이 없고 신뢰 떨어져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서정적이고 독특한 문체로 알려진

이충걸 작가의 수필집이다. 마흔을 넘긴 아들과 노모 사이의 애틋함이 묻어나 사랑받았다.

작가가 굳이 작은따옴표를 넣어 적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엄마’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 깊은 말로 다가온다. ‘엄마’라는 말, ‘아빠’라는 말은 부모와

자식 간의 추억까지 모두 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애틋한 추억만을 좇다가 잃게 된 것도 있다. 어른으로서의 정체성, 철든

성인으로서의 언어이다.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된 단어를

발음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말이며 자라면서 고쳐야 하는 유아어에 속한다. 성인이

됐다면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라고 불러왔기 때문에 습관이 돼 고치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고 유아어가 더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사람도 있다. 결혼을 한

뒤 시부모를 ‘시엄마’ ‘시아빠’라고 부르는 며느리도 있다. 이런 호칭을 쓰면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친해지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아어를 남용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학원생 윤 모 씨(26)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식적인 자리나 친하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엄마보다는 어머니, 아빠보다는 아버지라는 말을 쓰려고 한다”며

“간혹 나이가 있는데도 엄마, 아빠라는 호칭을 쓰는 모습을 보면 철이 없어 보여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유아어를 쓰는 것이 습관이 돼 고치기 힘들다면 가족들 사이에서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나 외부에서 자신의 부모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부모는 물론 상대방에

대한 예의.

그렇다고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틀린 표현이다. 이와 같은

호칭은 남의 부모를 부를 때나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유아어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남에게 의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문화를 반영한다. 유아어는 모든 남녀가 갖고 있는 어머니나 아버지다운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공격적인 감정이나 무서운 감정을 억눌러 남의 보호를 받고자 하는 심리를

보여준다.

부모가 어려서부터 하나에서 열까지 아이를 돌봐주고 챙겨주다 보니 아이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어린아이로 남아있으려는 심리적인 증상인 ‘피터팬증후군’이 언어에서도 드러난다는

것. 김혜남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은 “부모가 아이들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주려

하면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기 힘들다”며 “결국 아이들은 부모의 품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애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른이 유아어를 쓰는 것은 아이의 교육에도 좋지 않다. 아이는 어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듣고 배우기 때문에 언어습관이 생길 때 주위 어른들이 유아어를 쓰다 보면

어려서부터 유아어를 사용하는 습관이 든다. 제대로 된 말을 배울 기회를 놓쳐 자라서도

어휘 구사능력이 떨어진다.

말은 쓰는 사람의 인격을 보여준다. 편안하고 익숙한 말도 좋지만 어른이라면

어른의 인격에 맞는 말을 쓰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올바로 나이 드는 것이 아닐까.

    유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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