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밀국수→메밀국수, “이젠 제대로 불러야”

‘짜장면’과 ‘자장면’은 여전히 논란중

‘떡볶이와 오뎅을 파는 아줌마, 순대와 튀김은 팔지 않아요’

2004년 2인조 인디밴드 미스터 펑키의 노래 ‘떡볶이와 오뎅’은 표준어가 아닌

‘오뎅’이라는 말을 썼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오뎅’은 일본말이며

‘어묵’이라는 표현이 맞는 말이다.

보통 하루 세 끼는 기본이고 간식과 밤참까지 먹는다 치면 하루에 네다섯 번 정도는

음식을 먹게 된다.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올바른 표준어를 알리려는 노력이 많았지만 아직도 여러 식당의 메뉴판에는 ‘닭도리탕’,

‘김치찌게’ ‘육계장’ 같은 메뉴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오랫동안 그렇게 불러왔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도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닭도리탕’은 우리말인 ‘닭’과 일본말인 ‘도리(鳥, とり)가 섞인 이름으로,

우리말로 바꾸면 ‘닭새탕’이 된다. 닭과 감자 등을 매콤하게 볶아 만든 음식은

‘닭볶음탕’이라고 불러야 한다.

‘찌게’ 역시 틀린 말. ‘찌개’가 표준어이기 때문에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으로

고치는 것이 옳다. ‘육계장’은 ‘육개장’으로 써야 한다. ‘개장’은 ‘개’와

‘장국’을 합친 말로, 개고기를 많이 먹던 시절에 ‘개고기를 푹 고아 끓인 국’을

부르던 이름이다. 개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은 국은 ‘육개장’, 닭고기를 고아 끓인

국은 ‘닭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오뎅’ ‘닭도리탕’ ‘찌게’ 등은 표준어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말들은 아직도 우리 주위에 흔하다.

여름이면 시원한 맛에 찾게 되는 ‘모밀국수’는 어떨까.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이기 때문에 표준어는 ‘메밀국수’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고 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 ‘메밀꽃 필 무렵’도

처음 출간할 당시에는 ‘모밀꽃 필 무렵’이었지만 최근에는 어디에서나 ‘메밀꽃

필 무렵’으로 고쳐 펴내고 있다.

‘오돌뼈’도 틀린 말이다. ‘오돌오돌하다’는 말은 씹기에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다는 뜻으로 사전에 올라 있어 헷갈리기 쉽지만 맞는 표현은 ‘오도독뼈’이다.

뼈가 오독오독 씹히는 소리를 묘사한 ‘오도독뼈’가 보다 재미있으면서도 올바른

이름이다.

맞는 이름은 하나뿐이지만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도 있다. 바로 ‘임연수어’다.

흔히 이면수, 임연수로 잘못 쓰고 있으며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지만 ‘임연수어’라고

불러야 한다. 옛날 함경도 지방에 살던 ‘임연수’라는 어부가 이 생선을 잘 낚아

이 이름이 붙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표준어가 아니라고 무조건 고쳐 써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가장 의견이

분분한 것은 ‘짜장면’이다. 원래 ‘자장’은 중국에서 들어온 말이기 때문에 중국어

발음에 맞춰 ‘자장면’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오랫동안 써온 말이고 이미 친근하게 느끼고 있는 말이기 때문에 ‘짜장면’과 ‘자장면’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짜장면’이 표준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 정감있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일부러 ‘짜장면’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도 여럿이다. 시인 안도현 씨는 2002년

펴낸 ‘짜장면’이라는 책에서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지는

않을 작정’이라고 밝혔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짜장면을 표준어로 사용하자는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꽤 있다”며 “국어심의위원회에서 짜장면과 자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산물인 ‘멍게’ 역시 처음에는 표준어가 아니었으나 사람들이 워낙 많이 사용해

당시 유일한 표준어였던 ‘우렁쉥이’와 더불어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적이 있다.

음식의 이름은 일상에서 자주 보기 때문에 틀리게 써도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바른 먹을 거리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먹을 거리를 바르게 부르는 데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유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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