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파킨슨병 진행 막는 약효 확인

뇌세포 보호하고 도파민 생성 유전자 깨워

50~60대에 많이 걸리는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 뉴런이 죽으면서 신경계가 서서히

퇴행하는 질환이다. 일단 발병하면 약물치료나 수술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는 있으나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3월 셋째 주에 열리는 ‘세계

뇌주간’을 맞아 파킨슨병이 진행하는 것을 막고 치료하는 두 가지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의대의 커트 프리드 박사와 웬도 자우 박사팀은 ‘페닐부틸레이트(phenylbutyrate)’라는

약이 파킨슨병 환자의 도파민 뉴런 보호 유전자를 깨우는 작용을 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DJ-1이라고 불리는 이 유전자는 글루타티온과 같은 항산화물질을 증가시켜 여분의

산소가 뇌세포를 약화시키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DJ-1 유전자를 활성하면 뇌에 쌓여

뇌세포를 파괴하는 단백질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도파민 뉴런은 특히 과도한

산소와 비정상적인 단백질에 취약하다.

2003년부터 DJ-1유전자를 연구한 프리드 박사와 자우 박사는 파킨슨병을 실질적으로

치료하려면 DJ-1유전자를 깨우는 약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프리드 박사

등은 많은 약을 실험한 끝에 ‘페닐부틸레이트’가 DJ-1유전자를 활성하고 도파민

뉴런이 죽지 않도록 작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페닐부틸레이트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쥐의 유전자를 나이 들면 파킨슨병이

나타나도록 조작한 뒤 실험했다. 유전자를 조작한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이 약을 섞은 물을 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물을 줬다.

페닐부틸레이트를 섞은 물을 마신 쥐들은 정신 기능이 떨어지거나 파킨슨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쌓이지 않았다. 보통 물을 마신 쥐들은 천천히 뇌기능이 떨어지고

비정상 단백질이 쌓여 파킨슨병을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었다.

프리드 박사는 “미래에는 알약 하나로 파킨슨병 진행을 멈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현재 개발된 약은 일단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환자에게 도파민을 만들어내고

움직임을 편하게 할 수 있지만 뇌세포 퇴행 진행을 막지는 못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 이어 최근에는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또한 페닐부틸레이트의 복용 효과를 보려면 하루 16g 또는 큰 알약 32개를 먹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DJ-1유전자를 활성하는 다른 약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생물화학저널(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에 게재됐고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8일

보도했다.

한편 미국 스탠퍼드대 칼 데이세로스 박사팀은 빛으로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쥐의 뇌에 특수유전자와 광섬유를 심어

뇌신경 활성물질을 퍼뜨리자 쥐의 병세가 많이 호전됐다는 것이다.

    유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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