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용산병원 자리에 누가 들어서나?

병원들, “코레일 제시 조건 까다로워”

오는 3월 말 임대계약 만료로 용산 부지를 떠나는 중앙대학교용산병원 자리에

어떤 병원이 들어설 지에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산은 KTX의 출발지 겸 종점으로 지방 환자들을 곧바로 유치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으로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이 중앙대학교용산병원 자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은 중앙대학교용산병원 자리에 대한 임대 조건으로 공모 참여가 가능한

곳은 현재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으로 1년에 37억 이상의 임대료로 30년간

계약할 것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기존 병원 시설물 철거 △새로운 병원 신축 △특성화센터와

건강진단센터를 포함한 종합병원 운영 △병원 신축 등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코레일은 오는 3월 22일 하루 동안 사업자 접수를 받을 계획이나 의료계에서는

코레일이 제시한 임대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선뜻 운영사업자로 나서기에 부담이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초 협의된 임대 조건은 임대료도 낮고 건물도 신축해

준 상태에서 위탁경영을 하는 조건이었다”면서 코레일이 새롭게 제시한 임대 조건에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처럼 기업을 끼고 있는 병원 등이 모기업의 감세와

관련해 이익이 된다면 용산 투자가 검토될 수 있겠지만 일반 대학병원이 현재의 코레일이

제시한 조건으로는 고려하기 힘들다는 것.

코레일이 제시한 400베드짜리 병원이면 1년에 100억 원의 이익을 내기 힘든데

부지 임대료를 제외한 병원 신축비용으로 1천~5천억 원이 들고 그에 따른 이자만

70억 원을 넘는다. 여기에 임대료 37억 원을 더하면 매년 갚아야 하는 부채만 100억

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의료용지로 묶인 부지이며 용산구청에서도 용도변경을 해줄

수 없다는 견해인데 부지를 평당 5천만 원으로 잡고 임대료를 2%나 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미군기지 이전 등 개발 호재가 많고 용산은 향후 10년간

엄청나게 발전해 제2의 강남 테헤란이 될 것”이라며 “개발이 된다면 서울에서 남은

마지막 의료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옛 용산철도병원을 존치하는 한에서 개발을 해야 하는

난점도 있다. 문화재를 최대한 보호하며 병원을 증축하면 건물 모양이 ‘ㄹ‘모양으로

이상하게 나와 쉽지 않다.

KTX 수혜로 지방 환자를 얼마나 끌어 모을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다.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임대료를 내면서 병원을 운영하려면 적어도 1년에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진료과를 다 개설하고 지역 주민들만을 위한 병원으로 운영된다면

손해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현실적인 제약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대학교용산병원 자리가 KTX를 이용해 지방 환자들을 곧바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지방 환자들 중에 외래 치유 가능한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KTX 전초기지’로 기능할 수 있다면 임대사업자로 나설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KTX 환자를 유치할 수 있으면 신촌-강남-송도를 엮는

꼭짓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만약 용산부지에 사업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서울역 연세빌딩에 있는 건강검진센터를 진료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중앙대학교용산병원 자리의 가치와 수익을 저울질 하며 오는 3월 22일까지

서로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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