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프로그램, ‘바보형 인간’ 만든다

감정과 충동에 치우쳐 뇌 무뎌져

TV를 켜면 공중파와 케이블을 막론하고 연예인들이 수다를 떨거나 게임을 하며

연신 웃어대는 연예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 주로 스타의 사생활을 다루는 화면에는

온갖 색깔의 자막과 느낌표, 물음표 등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긴장을 풀고 재미를 얻기 위해 보는 연예프로그램이라지만 채널을 돌리며 연출에

따라 울고 웃다 보면 오히려 실제 삶은 단순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TV, 그 중에서도

화면이 화려하고 전개가 빠른 연예프로그램을 보면 집중력은 물론 주의력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발표됐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칼에릭 랜드휴이스 박사팀은 TV 속 화면이 빠르게 변하면서

뇌 발달을 과도하게 자극한다고 밝혔다. TV에서 지나친 자극을 받으면 현실세계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조지 애드킨스 교수 역시 “영상물이 빠른 전개로 끊임없이

눈을 즐겁게 하는 데 비해 실제 삶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연예프로그램을 보면 가상의 인간관계를 맺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지만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 자연히 사회성은 떨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며 키워가는 사회성은 뇌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TV 앞에서 울고

웃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뇌는 무뎌진다.

사회 발달 이론의 기초를 세운 러시아의 심리학자 비코츠키(Vygotsky, 1962~1978)는

사회적 교류가 인식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높은 정신 기능은 사람을 직접 마주하며 관계를 맺을 때 생겨난다. 이때 얻을 수

있는 기능은 개인이 혼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수다를 떨면 기억력이 좋아진다거나, 다양한 사회생활을 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잘 짜인 사람일수록 기억, 인지, 정서를 담당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가 발달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한 시간 남짓 되는 방송시간 내내 ‘큰 웃음’ ‘당황’ 같은 자막으로 감정을

강요하고 출연자가 하는 말을 거의 그대로 자막으로 내보내는 요즘 연예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연예프로그램에 빠져들면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감정과 충동에 치우쳐 뇌부터 단순해지기 십상이다. 연예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실제로

밖에 나가 사람들과 만나며 긴장을 푸는 것이 뇌 발달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기억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을

‘앞쪽뇌’라고 설명했다. 현대인들이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충동이나 욕구에 좌우되는

삶을 사는 것은 정보를 종합하고 해석하는 앞쪽뇌를 점점 쓰지 않기 때문. 나 교수는

“앞쪽뇌를 발달시켜 다채로운 삶을 살려면 TV를 끄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희종 기자 june3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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