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담배회사가 소송에 졌다

필립모리스, 징벌적 배상 판결 받아

서울고법 민사9부는 폐암 환자와 가족이 KT&G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라고 15일 판결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담배소송에서는 미연방대법원이 담배회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엄청난 액수의 징벌적 배상 금액을 판결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도 처음에는 흡연자인 원고가 패소하는 분위기였다. 원고가 승소하기까지는

반세기가 필요했다. 최초 담배소송은 1954년 폐암에 걸린 흡연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은 원고의 피해는 흡연과

관계가 없고 흡연이 위험하더라도 담배회사들 또한 그 위험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항변으로 승소했다. 여기가 1단계 소송에 해당한다.

2단계 소송은 1980년부터 1990년까지의 기간이다. 2단계 소송에서는 담배회사가

흡연이 폐암을 일으키고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새로운 청구 원인이

나왔지만 여기서도 원고는 패소했다. 담배회사들의 항변은 흡연자들이 흡연을 시작할

때 이미 암의 위험과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감수했다는 것.

하지만 1990년 이후인 3단계 소송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담배회사의 내부문건들이

폭로되면서 담배회사들은 오래전부터 흡연은 대단히 위험하며 폐암을 일으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중에게는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원고들은

청구원인을 과실책임, 제조물 책임, 결함 및 부적합한 경고, 사기, 고의적 허위주장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원고들은 10대 미성년자 때부터 흡연을 시작했는데 그들은 담배가 중독성이

있고 치명적으로 해로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인흡연자들도 담배를 끊을

수 없었을 때 담배회사는 결코 해로움이 덜 하지 않은 로우 타르(low tar), 로우

니코틴(low nicotine) 담배로 바꾸도록 교묘하게 흡연자들을 유혹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황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3단계 소송에서는 원고 측이 승소했고 배심원들은

담배회사에게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을 평결했다. 3단계 소송에서는

개인흡연피해자들의 소송뿐만 아니라 집단소송, 의료보험회사가 제기한 소송, 간접흡연

피해소송, 미연방정부가 제기한 소송 등 다양했다.

가장 유명한 소송은 최대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제시 윌리암스 vs.

필립모리스(Jesse Williams vs. Philip Morris)’ 사건이다. 1999년부터 10년 동안

이어진 이 사건은 담배회사에 대한

징벌적 배상액수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주대법원과 연방대법원 사이에 3차례에 걸친

대결이 벌어질 만큼 치열했다. 이 소송으로 필립모리스는 2009년 7950만달러(당시

한화 약 1000억원)의

징벌적 배상액을 물어야 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김은지 사무총장은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보면서 우리

재판부는 미국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KT&G는 계속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첨가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미국과 같은 결과를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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