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사태와 식약청장의 공언

미국 FDA와는 정반대 길 가는 식약청

11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종합적 대동맥근부 및 판막성형술(CARVAR,

카바)’의  동물실험 보고서가 사람에게 적용되기 전의 실험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며칠 동안 전력을 다해 힘들게 취재한 것에 대한 보상이랄까?

이메일과 SNS 등을 통해 격려의 박수와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기사가 나가고 몇 시간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공보관실의 한 공무원으로부터

고성의 전화를 받았다. 식약청은 사람에게 적용되기 전에 안전성과 효과 등을 알아보려는

동물실험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송명근식 동물실험’을 인정한 기관이다. 이

공무원은 기자가 취재원에게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하지도 않고 서면 질의서를

보내지도 않은 채 전화 통화 내용을 기사로 내보낼 수 있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까지 포함했다. 식약청 전체의 태도가 아니기를

빌 따름이다.

식약청은 ‘송명근 사태’에 대해서는 현재 자중하고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야 할 시점에 있다. 송 교수의 카바 수술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송 교수

편의 의사들도 참가한 심의 결과를 봐도, 수술하지 않아도 될 환자 최소 39명에게

수술을 했다. 수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고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학회와 정부 산하 기관에서도 수술 중단을 요청할 정도다.

취재 중 만난 거의 모든 의학자들은 “외국이라면 당장 소송에 걸렸을 문제인데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낙담하고 분개했다. 미국의

의료사회학자 김병대 박사도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의 식약청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하는 감독과 관리역할을 스스로 앞장서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비윤리적인 수술이 가능하도록 허가한 식약청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송

교수를 지원하고 있다.

식약청 공보관실의 직원은 “왜 서면요청을 하지 않고 전화 통화 내용을 기사화했느냐”고

항의했는데 기자의 취재과정에 대해서 이렇게 이해도가 낮은 사람이 공보관실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선다. 그 공무원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식약청

인사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기회에 밝히고 싶은 사실이

있다. 코메디닷컴은 식약청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언론사로서는 황망하게 정보공개

청구까지 했지만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한 전례가 있다. 그 정도로 식약청은 송 교수를

보호하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2년 전 식약청에 송 교수의 동물실험 결과에 대해서 취재할 때 의도적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취재 방해를 받았다. 2009년 말 식약청은 1개월 이상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결과 공개를 꺼렸다. 당시 코메디닷컴은 ‘최후의 수단’으로 정보공개 청구까지

했다. 그러나 식약청은 “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식약청 소관 사항이 아니고,

부작용 사례가 아직 정식으로 식약청에 접수된 적이 없으며, 사이언씨티 측이 해당

자료에 대해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비공개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심의를 요청한 끝에 식약청은 같은 해 2월 “동물실험 성적 결과서와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의 요약서, 제품 사용상 부작용에 대한 검토 진행사항 등

일부분만 공개 하겠다”며 “관련 서류는 우편으로 보낼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그 결정이 있은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서류도 도착하지 않았다. 당시 동물실험

자료를 취재하기 위해 2개월을 쏟아 부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실험 보고서 관련 기사를 준비하면서 식약청에 단순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관계자들은 전화를 돌리기만 했다. 최종적으로는 “서면 질의서를

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년 전, 2개월 동안의 헛된 발걸음만 떠올랐다. 더

이상 취재를 하더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 분명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식약청은 송 교수 사태에 관해서는 방관자가 아니라 협조자라는

비판을 받을 만한 행보를 계속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의

해임 사태다.

식약청은 평소 의사들에게 의료기기의 부작용에 대해 철저히 보고해 달라고 독려해놓고

건국대병원 심장내과의 교수들이 정작 이렇게 하자 ‘보고자’의 신원을 보호하기는커녕

소속 대학 이사장에게 고스란히 알려줬다. 의료기기 또는 의약품의 부작용은 병원

수익 또는 소송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병원은 웬만하면 보고를 하지 않는다. 식약청은

의사들이 양심과 용기에 따라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사권을 가진 그 조직 상층부에 알려줬고 병원은 의사들을

해임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식약청 관계자는 “교수 개인이 보고를 해 의료기관장이기도 한 건국대 이사장에게

공식입장을 달라고 한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보고한 개인 신원을 공개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 공무원에게도 언젠가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식약청은 국민 건강을 해칠 의료계 현장의 위해요소를 규제하면서도 의료산업

활성화를 기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오해를 받기 쉽다. 민원인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곳이어서 민원과 투서가 난무한다. 역대 식약청장 중 상당수가 불명예로 옷을 벗었다.

물론 서울올림픽 때 벤 존슨의 약물복용사실을 밝혀낸 스타 과학자 박종세 전 청장처럼

억울하게 옷을 벗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식약청은 언제나 열린 자세로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   

카바 수술과 관련해 관련 전문가들이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 자료 공개를 요청할

때마다 식약청은 “연구 개발에 지장을 주고 회사 경영이나 영업상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심지어 송 교수를 감싸고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불렀다. 이처럼 의혹에 휩싸였으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유난히 민원접촉이 많은 정부기관의 자세가 아닐까.

‘복지부의 신사’ 노연홍 식약청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강조했다. 노청장은 “식약청은 공개 필요성이 있는 자료를

요청해도 무조건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오히려

불필요한 의혹을 증폭시키거나 식약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국민 홍보로

식약청 이미지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청장의 철학이 아직까지도 일선 직원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공언(空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약청은

언제 미국 FDA같은 권위 있고 믿음을 주는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아직은 멀고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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