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환각경험, 간질 때문이었던 듯”

쇼팽, 포, 도스토예프스키의 공통점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리데릭 쇼팽, 미국의 소설가 애드거 앨런

포, 러시아의 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두 공통적으로 측두엽 간질을 앓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측두엽 간질이란 4개의 대뇌 중 좌측 또는 우측에 있는 뇌 부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다. 측두엽 간질은 가벼운 두통에 머물기도 하지만 환청, 환시,

환취 등의 환각을 경험하는 등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1800년대 중반 쇼팽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가 유령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쇼팽이 프랑스 여류소설가 조르주 상드의 딸에게 보낸 편지에는

1848년 영국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던 중 알 수 없는 생물이 튀어나와 자기를 방에서

내쫓았다는 끔찍한 경험이 쓰여있다. 또 1838년 조르주 상드와 스페인 수도원에 갔을

때는 쇼팽이 환시를 보고 공포에 휩싸였다는 기록도 있다.

쇼팽의 간질 가능성을 연구한 스페인 연구진은 “환각은 정신분열증에서도 나타나지만

정신분열증 쪽은 환시를 보기보다는 주로 환청을 듣게 된다”며 “쇼팽은 정신분열증보다

측두엽 간질을 앓았다고 보는 것이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3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쇼팽의 기록에는 그가 체내 염소 운반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신체기관에 문제가 많이 나타나는 유전적 질병인 ‘낭포성 섬유증’을 앓았다고만

돼 있다.

연구진은 “쇼팽이 살던 1800년대 중반에는 간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의사들이

간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명한 작가나 예술가 중에는 측두엽 간질을 앓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이나 미국의 소설가

애드거 앨런 포,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꼽을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의료인문학(Medical Humanities)’에 게재됐으며 미국 온라인

의학전문지 메디컬뉴스투데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온라인 판 등이 최근 보도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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