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화나게 하는 복지부

[칼럼]김대성 미디어콘텐츠본부장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가리켜 인간의 최고선이라고 했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데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행복추구권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만 인생에선

자신이 전혀 원치 않는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질병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 문제로 코너에

몰려 있다. 대학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복지부의

의식과 행정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007년에도 위 내시경 검사 등을 받으려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렸다. 대학병원은 이미 예약이 완료돼 아예 검진 신청을 받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복지부는 당시 “대학병원으로 검진 대상자가 편중돼 발생하는 문제는 제도상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의료계는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비난했다.

대학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대학병원에서 환자부담을 높이는 약제비

인상이라는 카드로 대학병원의 환자쏠림 문제를 해결하려 들었다.

복지부는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제도소위를 열어 30%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되는 약제비를 의료기관 유형별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이 경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44개 상급종합병원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은 현재의 30%보다 두 배인 60%, 종합병원은 50%, 병원은 40%로 올라간다.

복지부의 약제비 조정안이 전해지자 대학병원을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중증환자들은

 “이제 죽으란 말이냐”라며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열띤 반대여론에 화들짝

놀란 복지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복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하루 3~4개에 불과하던 글들이 40~50여개씩 올라오고

있다. 약제비 인상으로 인해 겪게 될 서민들의 고통이 낱낱이 게재되고 있다.

보호자 전지현 씨는 동네병원에서 못 고치고 가까스로 대학병원에서 병을 치료하게

된 어머니 사연을 소개하며 “서민들이 감기 따위로도 대학병원에 간다는 헛소리를

누가 하는 겁니까”라며 과연 몇이나 감기로 대학병원을 찾는지 되물었다.

전 씨는 “대학병원에 가려면 예약을 하고 1~2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동네병원에서

약 먹고 나을 꺼 같으면 힘들게 한 두 달 후에 병원 가는 서민은 없다”며 “대학병원의

약값인상이 오히려 서민들의 목줄을 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의 약 값만 올리면 감기 증세로 대형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안이한 논리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복지부는 중증환자들을 비롯해 국민의 반발이 거세자 이번에는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의

진찰료를 동네의원급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대학병원의 진찰료를 훨씬

싸게 하면 병원 측이 적극적으로 외래환자 쏠림 현상을 막을 것이라는 발상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또한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환자들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장치가 될

수 없다. 자칫하면 환자가 대학병원에 내는 본인부담금이 낮아져 오히려 대학병원

이용을 더 부추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룻 사이 간격을 두고 전해진 대학병원 선호현상 억제에 관한 정책방안은 두

가지 모두 복지부의 탁상행정을 벌거벗고 보여주는 대목이다. 쏠림현상에 대한 근본

처방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서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갈수록 높아만 간다. 지금도 대학병원 유명 의사의 진찰을 받으려면 통상 3개월에서

6개월을 기다린다. 대학병원의 일부 유명 치과의사의 경우 지금 예약하면 8월에나

진찰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부 부처의 장관은 대형 선박을 이끄는 선장에 비길 수 있다. 보건복지부라는

대형선박을 운행하는 선장은 진수희 장관이다. 복지부의 정책이 장관의 가치관에

영향 받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복지부의 문틈으로 새나오고 있는 정책대안들은 탁상에서의

발상이 분명하다. 수많은 기대 속에 지난 해 8월 취임한 진 장관이 얼마나 계속 헛발질을

계속할지 환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아울러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마저도 이렇게 가다간 존재가

위태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대성 기자 dskim@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Share with Kakao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