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R백신 자폐증 유발 논란, 마침표 찍나?

英 학술지 “논문 저자가 환자 정보 조작”

홍역, 볼거리, 풍진을 동시에 막는 MMR 백신이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세계적으로 백신 불신의 불을 지폈던 영국의 의학논문이 조작됐다는

조사결과가 명백한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이 논란에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보인다.

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온라인판은 5일 1998년 영국의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팀이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한

내용은 환자 정보가 저자에 의해 변경된 “치밀하게 조작된” 논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MMR 백신이 안전하다는 주류 의학계의 의견을 전하면서도 상관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던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이 웨이크필도 박사의 조작 사례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MMR 백신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있다.

BMJ에 따르면 문제의 논문에 실린 진단내용과 실제 병원기록을 대조한 결과 연구진이

논문에서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던 12명의 어린이 가운데 5명은 백신 접종

이전에 이미 발달부진 진단을 받았다. 또 연구진은 모든 케이스에서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병원 기록과 부모 증언을 잘못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웨이크필드 박사팀은 12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MMR 백신이 자폐증과

위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란셋지에 발표했다. 당시 논문은 MMR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실질적인 메커니즘을 증명하지 않아 논문의 신빙성을 두고 10년 넘게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이에 놀란 영국과 미국 등의 많은 부모들이 MMR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1990년대 92%에 이르던 영국의 MMR 백신 접종률이 2000년대 초반

73%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런던의 일부 지역에서는 50%도 채 못 미쳤다.

이 사건 이후로 선진국에서는 그동안 자취를 찾기 힘들었던 홍역이 확산됐다.

1998년 영국에서  56건에 불과하던 홍역 발병이 2008년에는 1348건으로 늘었고,

2006년에는 13세 어린이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홍역으로 사망했다.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이 발표된 후 그에 반대되는 논문이 수차례 발표됐다.

2009년 10월 11일에 ‘소아간호사지’에는 웨이크필드 박사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다고

밝힌 논문이 게재됐다. 2010년 1월 6일 폴란드의 야기엘로니안 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MMR 백신을 맞은 아이들이 맞지 않은 아이들보다 자폐증 발병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많은 연구에서도 “MMR 백신은 자폐증 발병과 무관하다”며

“안심하고 맞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 법원도 2009년 2월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란셋지 편집자들은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이 여러 요소에서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2010년 2월 23일 관련 논문 게재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5월 24일 ‘영국의료심의회(General Medical Council)’는 웨이크필드

박사의 의사자격을 박탈했다. MMR 백신과 자폐증, 위장장애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웨이크필드 박사가 연구 대상 어린이들에게 불필요한 대장내시경, 요추천자,

뇌조영, 혈액, 소변 검사 등을 실시하는 등 직업상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다.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꾸려진 연구진의 수석 연구원인

웨이크필드 박사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지원받았던 50만 파운드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변호사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금까지

저자 13명 중 10명은 논문의 결론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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